한국전력이 직류(DC) 전력망을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해외 수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전력망 시장에 DC를 선도적으로 보급해 전력 산업의 새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빅스포)’에서 “앞으로 한전이 DC 중심의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규모 파일럿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태양광·연료전지 등 DC 전원의 대폭 증가와 데이터센터·전자기기의 확산으로 DC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전력 시스템의 표준이 교류에서 DC로 바뀌는 흐름을 주도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제2의 전력망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계통 연계와 데이터센터 등 전력수요 급증에 따른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거대한 중앙 집중식 전력망에서 작고 유연하며 지역 단위의 새로운 망 체계로 변화시켜야한다. DC 기술이 하나의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DC는 기존의 교류와 비교해 장거리 대용량 송전이 가능한 데다 전자파를 발생시키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에 정부는 동해안 신규 석탄화력과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실어나를 500㎸ 초고압직류송전선로(HVDC)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김 사장은 “안정적인 DC 전력망을 위한 건설과 운영 기술, DC 기자재 개발에 적극 투자하겠다”며 “한국이 주도하는 DC 기술의 국제 표준화를 추진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합리적인 DC 요금제를 마련하고 정부와 협력해 DC 기반의 빌딩·공장을 건설하는 기업, DC를 사용하는 가정에 대한 정책적 인센티브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산학연 협력체인 DC 얼라이언스를 통해 다양한 DC 사업 모델도 지속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전에 따르면 DC 배전으로 바꿀 경우 전력 변환 단계의 감소로 전력 변환으로 인한 손실을 줄여 10~15%의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 전기 소비자 입장에서는 효율 향상으로 인한 전기요금 절감도 기대된다.
정부도 K전력 수출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가한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정부는 한국 13대 수출 품목으로 성장한 전력 기자재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수출 동력이 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전력화, 인공지능(AI) 등 대규모 전력수요는 한국 전력 산업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국내 시장에 국한된 전력 산업을 글로벌로 확장하기 위해 연내에 ‘K그리드 수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겠다”며 “수출협의체 결성과 미래 핵심 기술 연구 확대 등이 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사장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노력을 병행해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무탄소 에너지 생산을 더욱 확대하고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기술 개발에도 더욱 힘써야 한다”며 “에너지 시스템의 전기화와 함께 에너지 소비 효율도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 10회째를 맞은 빅스포에서는 국내 전력 분야 전시회 최초로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같은 신제품 공개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스탠다드에너지의 김부기 대표는 ‘바나듐 에너지 타일’을 선보였다. 그는 자체 개발한 배터리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게 전동 드릴로 뚫는 시연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이런 신뢰성과 안전성을 기반으로 주로 실외에 설치하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실내 어디든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건축물의 마감재로 사용하는 타일 그 자체가 배터리가 돼 연결돼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만들게 된다”며 “도시 전체를 거대한 가상발전소(VPP)로 바꿔보겠다”고 말했다. 코리아모빌리티의 박정석 대표는 자사의 바퀴 휠에 중심축이 없는 전기자전거를 들고 나왔다. 그는 “허브 및 바퀴살을 사용하지 않고 회전시키는 전동 기술로 전기모터의 성능을 최적화해 더 적은 에너지로 높은 주행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행사를 계기로 한자리에 모인 한전 전력그룹사 사장들은 올해 첫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전력망 적기 확충을 위한 전력그룹사 간 협력 방안과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위기 공동 대응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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