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 한국 조선업에 협조 요청을 하면서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올라탄 국내 조선업이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산업은 현재의 수출 동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철강업은 보호주의 강화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12분간 통화하면서 조선업을 콕 찍어 협력 논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 수리 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게 골자였다.
국내 조선업은 이미 3년치 이상 일감을 쌓으며 순항하고 있다. 미 해군 군함 수주 및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협력 가능성까지 높아져 실적 상승 추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화오션(042660)과 HD현대중공업(329180)이 미 해군 군함 MRO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 군함 MRO 사업은 연간 20조 원 규모의 시장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7월에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고 월리 쉬라함의 창정비 사업도 수주했다. 미 해군과 MSRA를 맺은 HD현대중공업 역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MRO 입찰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통 에너지 사업을 중시하는 만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가 늘 가능성이 커지면서 LNG 운반선에 대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확대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미 해군 MRO 사업으로 신뢰가 구축되면 미 군함 건조도 노려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 미국 관련 법에 따르면 비전투함은 해외 조선소 건조가 가능하다. 다만 전투함까지 건조하기 위해서는 미 현지 조선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현지 국내 조선사의 미국 조선소 유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조선업은 쇠퇴해 인력이 부족하고 인프라도 없는 상황”이라며 “미 정부 지원 없이는 산업이 살아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출 확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방산업 분야의 동력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원 축소 등 영향으로 자국 안보를 스스로 지켜야 하는 글로벌 기류가 형성되면서 방산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국내적으로는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크게 올려 요구할 경우 우리 군이 무기 획득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져 산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철강 업계는 무역장벽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인상, 국가별 수입 쿼터 축소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45대 대통령 재임 시절 수입 철강재에 추가 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당시 한국 정부는 협상을 통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5% 관세 부과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량을 3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하는 ‘절대 쿼터제’에 합의했다. 이번 정부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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