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인건비와 마케팅비 등 기존 주력사업인 통신사업 관련 비용을 크게 줄이는 대신 인공지능(AI) 신사업 투자를 강화한다. 경쟁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를 포함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의 AI 시장 선점 경쟁을 위해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은 데 이어 주력사업 개편에 나선 것이다.
KT는 8일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AICT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사업·인력구조 등 다방면에서 혁신을 추진하고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을 본격 추진한다”며 “현재 별도 매출 기준 6% 비중의 AI와 IT 관련 사업을 2028년 3배 이상인 19%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최근 MS와 약속한 2조 4000억 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포함해 AI 분야 투자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KT는 이를 위해 기존 통신사업 관련 비용 통제에 나섰다. 우선 4500여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최근 신청받은 희망퇴직자 2800여명은 올해 퇴직금을 정산해 내년부터 인건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예정이다. 나머지 1700여명은 신설 자회사로 전출되며 역시 일부 인건비 절감이 기대된다. KT는 “희망퇴직자 2800여명의 인건비는 내년부터 바로 세이브(절감)될 것”이라며 “또 전출 가시는 분들의 인건비는 신설 자회사에 수수료로 지급될 것이며 그 수수료는 지금의 인건비보다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3분기 KT의 인건비는 1조 1183억 원으로 전체 영업비용 중 인프라 비용을 포함하는 사업경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KT의 판매비(마케팅비)도 3분기 623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 줄며 지속 감소세다. 마케팅비는 이동통신 3사가 고객 유치를 위해 들이는 보조금 등을 포함, 통신시장의 경쟁 지표로 여겨진다. 시장 과점 체제가 고착화한 데다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 신규 유입이 거의 끊기며 3사 모두 마케팅비를 늘릴 동기가 줄어든 상태다. 통신 인프라와 콘텐츠 등 무형자산 투자를 포함하는 설비투자(CAPEX)도 올 3분기까지 누적 2조 34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 2530억 원)보다 감소했다.
KT는 이를 통해 이번 분기에도 수익성이 일부 개선됐다.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한 6조 6546억 원에 그쳤는데도 영업이익은 44.2% 급증한 4641억 원을 달성했다. KT는 지난해 3분기에 반영됐던 임금협상에 따른 임금상승분이 올해는 2분기에 조기 반영된 효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임금상승분 680억 원을 제외한 영업이익도 4000억 원 수준으로 연간 성장률이 24%에 달한다.
KT그룹의 체질 변화는 이번 분기 실적에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바일과 인터넷(IP)TV 요금제 판매 위주의 통신사업인 무·유선 사업은 주춤했다. 무선 사업은 3분기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6’, ‘갤럭시Z플립6’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출시됐는데도 전년 동기 대비 1.9% 성장에 그쳤고 유선 사업은 IPTV 가입자 유입 감소 등에 1.2% 역성장했다. KT스튜디오지니를 포함한 콘텐츠 자회사는 콘텐츠 업계 불황에 매출이 18.3% 급감했다.
반면 AI와 함께 수요가 커지는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전담 자회사 KT클라우드는 1년 전보다 6.8% 성장한 207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AI콘택트센터(AICC)를 포함하는 기업 서비스 사업은 매출이 2.5% 늘었다. 특히 AICC는 구독형 상품 ‘에이센 클라우드’ 판매 덕에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KT는 MS 협력의 일환으로 내년 또다른 AI 사업인 AX(AI 전환) 전담 자회사를 신설한다. 정찬우 기술혁신부문 상무는“해당 법인은 (고객사의) C레벨을 위한 컨설팅 차원으로 AX 니즈를 이해하고 그 니즈를 어떤 식으로 전환할지 기술적으로 컨설팅해주는 게 가장 큰 역할”이라며 “KT 내부는 물론 MS의 전문 역량도 제공받아서 전문가 100여명 규모로 출발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컨설팅이) 앞단에서 매출을 잡으면서 KT 자체 매출까지 키워줄 것”이라며 “대외적으로 일부 고객사도 접촉해보자고 하는 등 AX 시장은 분명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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