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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둔화 겹쳐 원화가치 급락 부채질…"트럼프發 일시적, 패닉 과도" 분석도

[기로에 선 환율] <중> '글로벌 ATM' 전락한 韓

수출 부진·성장률 악화 산넘어 산

달러인덱스 한때 106까지 치솟아

"美대선 효과 약화 땐 안정 찾을듯"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전경.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이 대통령과 상·하원 다수당을 휩쓸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 기조가 뚜렷하게 강해지고 있다. 특히 국내 경기 둔화 및 일부 반도체 기업의 부진과 겹치면서 원화 가치 하락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달러를 막을 만한 요인이 없다고 보면서도 글로벌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현금화가 쉬운 한국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한때 106.052까지 솟았다. 106을 넘은 것은 7월 이후 넉 달 만이다.

월가에서도 달러 강세 추세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대선일인 5일(현지 시간) 기준 외환 선물 시장에는 내년 달러가 오를 것이라는 예측에 176억 달러의 투자금이 몰렸다. 이는 7월 12일(181억 달러)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많다.





도이체방크는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1달러=1유로’ 선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고 봤다. JP모건은 현재 달러당 7.2위안 수준인 위안화 가치가 7.4위안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주요국과 비교할 때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원화는 달러 대비 2.5% 절하됐다. 반면 주요국 통화가치는 △호주 달러 -0.7% △영국 파운드 -1.2% △엔화 -1.7% △유로화 -2.4% 등에 그쳤다.

한국의 경우 △중국의 고율 관세 직격탄 가능성 △수출 감소 전망 △성장률 약화 등에 원화 약세가 더 급격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무역 차르로 기용할 의사를 밝히면서 한국의 수출과 성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올해 1~10월 기준 한국의 대중 무역 비중은 23.3%로 미국의 대중 압박이 본격화할수록 한국 수출에도 악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이아랑 한국은행 조사국 팀장은 “한국은 제조업 생산 중 40%가 수출에 쏠리는 구조”라며 “반면 중국은 이 비율이 20%로 관세 충격 시 한국이 받는 영향이 2배 더 크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자연스레 성장률도 낮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내년은 2.1%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예상치는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본격화하면 1%대로 급감할 수 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도 한국 증시의 매력을 낮춰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뚫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후까지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할 수 있다고 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성장과 기업 경기에 대한 우려는 즉각 증시에 반영되는 편”이라며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하는 가운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증시 등 자금 이탈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발 충격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국의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환율 약세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양준석 카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느 당이 승리하든 미 대선 직후에는 미국 증시가 크게 뛴다”면서 “대선 효과는 점차 소멸될 것이고 트럼프의 정책이 월가에 반하는 내용이 나온다면 시장은 잠잠해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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