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불과 이틀 앞두고 혈액암 진단을 받은 수험생이 의료진의 응원에 힘입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수능 시험을 치른 사연이 공개됐다.
14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평소 건강하게 지냈던 가은(가명·19) 양은 기침이 멈추지 않아 동네 병원을 찾았다가 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소견을 듣고 최근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영상검사에서 양쪽 폐 사이의 공간인 종격동에 종양이 관찰돼 조직 검사를 진행한 결과 가은양은 종격동 림프종으로 진단됐다. 국내에서 가장 흔한 혈액암 중 하나인 림프종은 림프계 조직에 있는 림프구가 악성으로 변하는 종양이다. 수능시험을 이틀 앞둔 시점이라 가은양은 물론 부모님은 크게 상심할 수 밖에 없었다.
가은 양은 영어, 스페인어 등 어학에 관심이 많아 외국어 교육에 특화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 재수까지 하며 1년을 더 준비해 왔던 터라 치열하게 준비한 시험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가은 양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의료진의 고심도 깊었다. 감염 위험으로 인해 의료진이 허용할 수 있는 외출 범위는 단 하루 뿐인데 서울에서 가은 양의 거주지인 경상남도까지 다녀오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어떻게든 시험을 치러야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희망도 생기지 않겠습니까"
병동 UM 윤선희 간호사는 환자 면담 후 “시험을 못 보면 딸이 희망을 잃어버릴까 겁난다”는 보호자의 얘기가 마음에 남았다. 대학에 진학할 것이라는 희망이 생기면 전반적인 치료과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몇 해 전 병원에서 수능을 치렀던 환자가 있었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2021년에도 수능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희소병인 ‘재생불량빈혈’ 진단을 받고도 수능 시험을 치렀던 허모씨가 서울시교육청과 협의해 병원 21층 특실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시험을 치른 적이 있었던 것이다. 3년 전보다 훨씬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유관부서들에 문의하고 교육청의 협조를 거쳐 가은 양만을 위한 시험장 준비가 시작됐다. 병원은 교육청이 요구하는 기준에 충족하기 위해 수험생인 입원 환자가 시험을 볼 독립된 병실 공간과 시험 감독관들이 시험 준비 및 대기할 수 있는 회의실과 휴게실이 있는 21층 특실을 준비하는 등 행정 절차를 진행했다.
의료진은 가은이가 수능 시험 후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일정 조율에 나섰다. 항암치료가 시작되면 신체적으로 힘들 수 있는 만큼 수능 전까지 최상의 건강 상태를 유지시켜야 했다. 주치의인 민기준 혈액내과 교수는 “건강한 수험생에게도 수능시험은 큰 스트레스지 않나. 어려운 상황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시험에 도전하는 가은이를 응원한다”며 “시험 후 치료도 잘 마쳐 원하는 대학의 건강한 새내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가은 양의 어머니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 신경 써주신 의료진들과 병원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수능 시험을 볼 수 있게 되어 감사드린다"며 "수녀님들이 오셔서 기도도 해주신 만큼 치료 후 건강하게 퇴원해 원하는 학교에도 진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가은 양은 평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마음으로 매 순간 충실하게 생활해 왔다고 한다. 가은 양은 대학 입학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학교 축제에서 열리는 공연을 가보고 싶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