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코스피 상장 기업들이 방산 등 일부 업종들의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대비 30%가량 증가한 영업이익을 거뒀다. 다만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암울한 실적을 기록해 4분기 국내 경제와 증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닥 상장사는 지난해보다 수익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614개 코스피 상장사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53조 447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29% 증가했다. 3분기 매출액과 순이익 역시 각각 748조 4306억 원, 40조 773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45%, 25.34%씩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7.14%, 순이익률은 5.45%로 같은 기간 각각 1.32%포인트, 0.86%포인트 증가했다.
코스피 기업의 호실적은 반도체·해운·방산 등 일부 업종의 업황 개선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삼성전자(005930)의 영업이익은 9조 1000억 원대로 지난해 2조 4000억 원대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SK하이닉스(000660) 역시 1조 8000억 원대의 영업적자에서 7조 원대로 흑자전환했다. 해운 운임비 상승으로 HMM(011200)의 영업이익은 1827.50%(1조 4614억 원) 성장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수혜를 입고 있는 한화(000880) 역시 영업이익이 37.45% 늘었다.
코스피 기업들 중 70개사가 전년 대비 흑자 전환한 반면 103개사는 적자 전환했다. 80개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계속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096770) 등 2차전지 관련 종목뿐만 아니라, CJ(001040), 두산(000150), 현대제철(004020), S-Oil(010950), 금호건설(002990) 등 전방위적으로 적자전환 기업이 늘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475.74%), 운수창고(94.44%), 전기가스(73.74%) 등을 제외하고 17개 업종 중 10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특히 유통업(-3.12%)을 제외하면 화학(-71.65%), 건설업(-54.21%), 철강금속(-44.89%), 기계(-21.53%)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낙폭이 도드라졌다.
코스닥 상장사도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12월 결산 코스닥 1153개 상장사의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조 4511억 원, 5333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4.63%, 72.74% 감소했다. 108개사가 흑자 전환한 반면 217개사가 적자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와 내년도 기업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어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는 수출액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흐름이었고 지금과 달리 3분기 원·달러 환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상휘 흥국증권 연구원은 “3분기를 기점으로 코스피 상장사들의 성장 둔화세가 짙어지고 있다”며 “3분기 실적 시즌은 다수 업종에서 향후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히 꺾인 시기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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