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을 빚어왔던 한화오션(042660)과 HD현대중공업(329180)의 갈등이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러브콜을 보내는 등 한국 조선업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방산 코리아 ‘원팀’이 구축될지 주목된다.
한화(000880)오션은 2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HD현대(267250)중공업에 대한 KDDX 군사기밀 유출 관련 고발을 취소했다. 이 사건은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2012년부터 3년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KDDX 관련 군사기밀 12건을 취득해 회사 내부망으로 공유한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방위사업청은 대법원 판결 이후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제한 여부가 걸린 ‘부정당업체’ 지정 여부를 심의했으나 고위 임원의 개입이 확인되지 않아 자격을 유지한다고 2월 발표했다. 단독 입찰을 기대했던 한화오션은 3월 방사청의 결정을 반박하며 경찰에 고발장을 내 8개월간 양 사의 분쟁이 이어져왔다.
한화오션은 고발 취소 후 입장문에서 “해양 안보를 확보하고 방산 수출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했다”며 “정부의 원팀 전략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고발 취소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간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살 차이인 두 사람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을 받는 상황에서 국내 입찰은 경쟁하되 해외 사업은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 사는 경찰 고발 철회와는 별도로 KDDX 사업자 선정을 위한 기존 절차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