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환보유액이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으로 인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며 나타난 달러화 강세 영향 등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4년 11월 말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153억 9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3억 달러 감소했다. 10월(42억 8000만달러 감소) 이후 두 달 연속 감소세다. 한은 관계자는 “운용 수익이 발생하고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도 증가했으나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국 달러화 가치가 2%가량 평가 절상하면서 달러화로 환산한 기타 통화 외화자산 금액 규모가 줄었다는 의미다.
달러화 강세는 트럼프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 출범할 경우 대규모 재정적자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해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달러화는 유로화,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 각국 주요화폐보다 평가 절상되고 있다. 지난달 말 달러인덱스(DXY)는 108선을 넘으며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DXY는 유로화·엔화·영국 파운드화·캐나다 달러·스웨덴 크로나·스위스 프랑 등 주요 6개국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수치로 100을 넘어설 경우 이들 화폐보다 달러화 가치가 높다는 의미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723억 9000만 달러)이 8억 6000만 달러 감소했지만, 예치금(191억 3000만달러)은 7억 달러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특별인출권(SDR·149억 달러)은 1억 5000만 달러 줄었다. 금의 경우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 9000만 달러를 유지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10월 말 기준(4157억 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 2611억달러로 가장 많고, 일본(1조 2390억 달러), 스위스(9374억달러), 인도(6821억달러), 러시아(6316억달러), 대만(5768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347억달러), 홍콩(4214억달러) 등의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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