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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밸류업 우량주까지 던졌다…“더 빨리 줄여야”

정치 불확실성에 경기 둔화 우려

외국계 IB "반등 모멘텀 안보인다"

CLSA, 비중축소 시기 단축 권고





외국계 증권사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여야 될 뿐만 아니라 그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엄 이후 내각 총사퇴, 대통령 탄핵 추진 등 일련의 과정에서 정책 공백이 불가피하고 그 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발 통상 위험에 내수 침체도 심화되면서 증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홍콩계 글로벌 증권사 CLSA는 전날 오전 1시께 콘퍼런스콜을 통해 “내년 한국 비중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비중 축소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CLSA는 반도체 경기 둔화, 미국의 관세 정책 등에 따라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 축소를 권고한 데 이어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한 것이다. 콘퍼런스콜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이날 “당초 점진적인 비중 축소를 권했다가 정치적 변수로 그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은 이날도 물량을 정리했다. 전날 코스피 현·선물 총 6300억 원어치를 던진 것에 이어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3410억 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만큼 당분간은 환차손을 피하기 위한 외국인의 매도가 지속될 것으로 점쳤다.

최제민 현대차(005380)증권 연구원은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환율 상승, 경기 둔화를 유발할 것”이라며 “경기 하방, 환율 상승 압력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주식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 이탈로 우리 증시는 이틀째 하락했다. 전날 미 증시 3대 지수의 최고가 행진이 무색한 결과다. 코스피의 경우 전 거래일 대비 22.15포인트(0.90%) 하락한 2441.85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자동차주인 현대차(-2.15%)와 기아(000270)(-4.18%), 금융주인 KB금융(105560)(-10.06%), 신한지주(055550)(-5.50%), 메리츠금융지주(138040)(-3.46%) 등 현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따라 주목받았던 종목들이 지수 하락률보다 큰 폭으로 내렸다. 계엄 사태에 따라 탄핵 가능성이 대두됐고 밸류업 정책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당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하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주 환원 정책을 이미 투자자들에게 공표했기 때문에 밸류업 동력은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다.

조지현 JP모건 연구원은 “(계엄 사태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필요한 입법 절차가 당분간 힘을 잃을 수도 있지만 개별 기업들은 주주 환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며 “한국 금융주들의 단기적인 하락을 투자의 재진입 시점으로 판단한다”고 짚었다.

하지만 시장의 전반적 기류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파열에 따른 긴장으로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주가가 저평가돼 있기는 하지만 긍정적인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만큼 섣부른 기대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주식시장이 매력적인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재평가를 위한 명확한 촉매제가 없는 한 (주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탄핵 가능성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도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에 따른 투자심리 정상화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P는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와 신속한 해제는 신용등급 ‘AA’ 수준의 주권 국가로서는 매우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했다.

금융 당국은 무제한 유동성 공급, 증권시장안정화펀드 이외에도 추가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섰다. 당국은 이날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종합 컨틴전시플랜(비상대응계획)’을 요청했다. CEO를 중심으로 유동성·환율 등 리스크 요인별로 시장 상황 급변 등에 대비한 비상 대응 계획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금융 감독 당국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해 시장 변동성 대응 역량을 최적화하고 투자자 보호에 소홀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상거래 적출 등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철저한 내부통제도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중장기적 투자 시계를 가지고 단기적 시장 변동에 대처해달라”고 당부하면서 “감독 당국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본시장 선진화, 규제 합리화 등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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