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에도 원·달러 환율이 뛰면서 지난달 수입물가가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달 들어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여파에 환율이 1430원대를 계속 오르내리고 있어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11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39.03으로 전달보다 1.1% 올랐다. 10월(2.1%)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0% 올라 석 달 만에 상승 반전했다.
항목별로 보면 원재료는 농림수산품을 중심으로 한 달 새 0.2% 상승했다. 중간재는 1차 금속 제품, 석탄 및 석유 제품 등이 오르며 1.5% 뛰었다. 자본재와 소비재는 각각 1.2%, 1.5% 올랐다. 세부 품목에서는 커피(6.4%)와 프로판가스(4.0%), 알루미늄 정련품(4.0%), 2차전지(3.9%) 등의 상승 폭이 컸다.
수입물가 상승의 주된 이유는 환율이다. 한은은 “국제유가가 하락했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으로 수입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10월 평균 1361.00원에서 지난달 1393.38원으로 2.4% 뛰었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74.94달러에서 72.61달러로 3.1% 하락했다.
문제는 이달 환율이 고공 비행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은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야간 거래 당시 1442.0원까지 급등한 바 있다. 이후에도 1430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수입물가 상승은 일반적으로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으로 이어진다. 2022년 한은 조사에 따르면 당시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때 소비자물가는 0.06%포인트 상승했다. 이 때문에 안정세를 찾은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8월 전년 대비 2.0% 올랐던 소비자물가는 9월(1.6%)과 10월(1.3%), 11월(1.5%)까지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물가 불안이 경기 침체와 겹칠 경우 국민들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 기관들이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점치는 상황에서 고환율과 소비 둔화가 지속할 경우 경제에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상승이 물가에도 영향을 주지만 소비 심리를 빠르게 위축시키기도 한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워낙 커 당분간 환율이 안정세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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