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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컨틴전시플랜 가동…환율‧트럼프 리스크 집중 점검[몰아치는 탄핵 소용돌이]

삼성전자, 사흘간 글로벌 전략회의

경영환경 변화 등 대응방안 모색

他기업도 내년 경영계획 수립 골몰

범국민촛불대행진 참가자들이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가결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환호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후 뒤바뀔 대내외 경영 환경과 외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컨틴전시 플랜(비상 대응 계획) 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불러올 각종 보조금·관세 리스크에 이어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까지 겹치며 대내외 경영 환경이 ‘시계 제로’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K·현대자동차·LG(003550) 등 국내 주요 기업은 윤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이후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전념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17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정치적 변수로 인한 경영 환경 변화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사업 부문과 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도 사업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지만 업계에서는 탄핵 정국 속 경제·경영 환경 변화를 보다 면밀하게 점검하며 투자 계획 등 사업 전략을 수정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현대차(005380)그룹은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LG그룹은 사장단 협의회를 열고 올해 사업 성과 및 내년도 계획을 점검했다.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환율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강달러 기조가 강화된 데다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정국 불안까지 겹치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달러당 1396.5원이었던 환율은 이달 13일 1436.2원까지 급등했다.

고환율 고착화는 항공·철강 등 환율 변동이 매출과 이익 규모를 좌우하는 업종에 치명적이다. 유류비와 항공기 임차료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 업계는 외환시장의 추이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등 환율 변동이 재무와 영업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철광석 등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철강 업계도 분주히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 건설 경기가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중국·일본산 저가 철강재 공급과잉으로 업황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환율 급등으로 원재료 수입 비용까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재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칠 파급효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조금 축소, 관세 부과 등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예고해 당장 삼성전자 등 수출 기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국정 공백으로 정부 차원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치적 사태로 한국의 대외 신인도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한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청사진도 빠르게 뒤바뀌면서 국내 산업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글로벌 기업의 한국 법인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은 매출에 영향을 받으면 한국에서의 사업 계획을 빠르게 바꿀 수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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