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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전기차 보조금 급할수록 돌아가야

경제부 서민우 차장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진행해도 되는 건가요.”

국내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내년도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6만 2000여 대로 전체 내수의 10%에 못 미친다. 올해 3000만 원대 보급형 모델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대중화 시대를 열었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당장 23일 정부와 업계의 비공개 간담회를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정부는 한 해 보조금 지급 방향을 담은 전기차 보조금 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확정하기 전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연다. 문제는 이번 간담회의 구성과 추진 방식이다. 정부는 19일이 돼서야 일부 업계에 간담회 참석 일정을 통보했다.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업체들 가운데 일부만 꼭 짚어 초청했다. 수입차 업계를 배제한 것도 문제지만 국내에 생산 시설을 갖추고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중견 완성차 업체들까지 참석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밝혔거나 검토 중인 곳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이라는 목줄을 쥔 정부가 ‘우리가 정했으니 따르라’는 인식이 깊게 밴 것 같다”며 “간담회라는 형식만 빌렸을 뿐 업계 전반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보조금 확정이 늦어져 또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하면 비판의 화살이 정부로 향하기 때문이다. 올해 이미 겪었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2월 20일에서야 확정했다. 업계 간담회(1월 16일)와 입법예고(2월 6일) 절차가 늦어진 결과다. 소비자들이 보조금이 확정될 때까지 구매를 미뤘고 전기차 판매량은 1월 1653대, 2월 3583대까지 떨어졌다. 통상적인 월 판매량의 10~30% 수준이다.

정부도 약속을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한화진 전 환경부 장관은 올 2월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발표하면서 “올해는 예년과 달리 12월 말까지 개편안을 마무리 짓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보조금을 담당하는 환경부는 관계 부처 협의 과정에서 ‘반드시 올해 안에 보조금 지침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속도보다 중요한 건 정책의 완성도다. 전기차 보조금은 여전히 소비자의 구매 심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정책 완성도가 높아진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도 차급별 수요 조사에 실패해 수천 억 원의 보조금 예산이 불용 처리됐다. 이미 시장에서는 현 추세대로라면 내년도 1~2월 보릿고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을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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