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시간제 일자리가 지난 10년간 두 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대부분이 중소 규모 사업장과 고졸 이하, 여성, 60대 이상 연령층 등 고용시장 취약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한 노동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정규직을 채용하는 대신 시간제 일자리로 대체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기업들이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고용을 통해 출산과 육아, 고령 일자리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게 현행 법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24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10년간 시간제 근로자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시간제 근로자 규모는 387만 3000명으로 2014년(203만 5000명)보다 90.3%(183만 8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규직 근로자가 7.5%(96만 3000명)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시간제 근로자의 증가 폭이 컸다.
늘어난 시간제 일자리 10명 중 7명은 여성이었다. 지난해 시간제 근로자 가운데 273만 1000명(70.5%), 특히 2014년과 비교해 지난해 시간제 근로자 증가분의 69.6%(128만 1000명)를 여성이 차지했다.
주목할 부분은 가파르게 증가한 시간제 일자리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연령이라는 점이다. 2014년의 경우 시간제 일자리 가운데 60대 이상은 57만 명, 전체의 28%로 15~29세(약 27.6%)와 유사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60대 이상이 157만 4000명으로 비중이 54.6%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15~29세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17.4%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2014년 30대의 12%, 40대의 16.9% 수준이었던 시간제 일자리가 2023년 각각 3%, 6.8%로 하락한 대목이다. 3040 위주로 견고한 정규직이 형성되면서 50대와 60대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시간제 근로자 대부분은 중소 규모 사업장에서 종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시간제 근로자의 97.2%가 300인 미만 사업체 소속 인원이다. 10년간 늘어난 시간제 일자리의 98.5%는 300인 미만 사업체에서 만들어졌다. 정규직 근로자 증가분(96만 3000명)의 65.4%가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에서 만들어졌지만 이들은 소외됐다.
경총 관계자는 “산업별로 여성 종사자가 많은 보건업, 사회복지서비스업, 숙박·음식점업 등 저부가가치 생계형 산업에서 시간제 근로자가 크게 증가했다”며 “반면 정규직은 정보통신업 등 고부가가치 신산업 부문에서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은 더딘 점이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란 일반적으로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과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에서 통상 근로자와 차별이 없는 시간제 일자리를 의미한다. 지난해 양질로 평가된 시간제 일자리는 54만 5000개로 2014년(17만 명)보다 37만 개 증가했다. 시간제 일자리 중에 양질의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4.1%에 불과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시간제 일자리는 고용 취약 계층이 노동시장에 빠르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이자 육아기 근로자, 고령자에게 효과적인 일자리가 될 수 있다”며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원활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근로시간 유연화를 포함한 노동 개혁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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