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섭씨 600도의 고열을 버티는 메모리를 포함해 고온이나 저온 등 극한 환경에서 작동 가능한 반도체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고온에 노출되는 우주선·인공위성이나 극저온이 필요한 양자컴퓨터 발전에 따라 이를 작동시킬 핵심부품 반도체 역시 기술 고도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2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최고 600도에서 24시간 동안 1비트의 디지털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전기화학 메모리(ECRAM)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디바이스’에 발표했다. 디바이스는 3대 학술지인 ‘셀’의 자매지다.
ECRAM은 전자의 이동 대신 탄탈럼이라는 희토류 금속 내 산소 이온의 이동으로 디지털 정보를 더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저장할 수 있다. 배터리의 특성을 메모리반도체에 응용한 것이다. 수백 도의 고온에서도 정보 저장 기능을 유지하는 메모리 개발 사례는 아직 드물다. 올 4월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도 질화알루미늄스칸듐(AlScN)이라는 특수 소재를 활용해 600도에서 작동되는 강유전성 메모리를 개발해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메모리뿐 아니라 전력반도체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질화갈륨(GaN) 등 신소재 기반 차세대 반도체 양산을 준비 중이다. 더 견고한 소재인 다이아몬드 전력반도체도 주목받는다. 오브레이 등 일본 소재 기업들은 실험실에서 다이아몬드 결정을 성장시켜 경제성 있는 웨이퍼(기판)로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도 최근 오브레이와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핀란드 국립기술연구소(VTT)에서 분사한 양자기술 스타트업 세미콘(SemiQon)은 영하 272도에서 작동하는 세계 최초의 상보형금속산화물 반도체(CMOS) 트랜지스터를 내년 출시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발열 또한 기존 트랜지스터와 비교해 1000분의 1로 줄였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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