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고환율’, 이른바 3고(高)는 경제 상황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하지만 힘을 합치면 긴 터널의 끝은 우리 앞에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최근의 경제 상황을 언급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 표현은 필자가 2년 전 칼럼에서 썼던 내용 중 일부이다. 현재 경제 상황과 비교해도 시장금리는 여전히 높고 장바구니 물가 역시 심상찮다. 심지어 환율은 1450원을 돌파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에서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2.1%, 내년은 1.9%로 예측해 힘든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는 어려운 숙제가 주어지거나 숙고할 일이 생기면 문학에서 지혜를 구하는 편이다. 최근에도 한강의 ‘소년이 온다’,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넘나들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중에서도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를 읽으면서 우리가 직면한 경제 상황에 대한 대처에 관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연금술사는 전 세계에서 2억 3000만 부 넘게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평범한 양치기 산티아고의 여정을 통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책이다. 이 소설을 통해 바쁜 나날들을 보내온 필자의 개인적 성찰을 뛰어넘어 한국 사회가 처한 위기와 내면에 대해 상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에는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것”이라는 표현이 있다. 지금의 어려움을 두려워하고 피하기보다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올해 금융시장의 4대 위험으로 △가계부채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2금융권 부실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사실 이 위험들은 상호 밀접하게 영향을 준다. 가계부채 증가로 가용 소득이 줄면 소비가 부진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또 부동산PF 문제는 건설 산업 위축과 관련 대출의 부실화로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악화시킨다. 결국 각각의 위험 요소가 악순환의 고리가 돼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 금융 당국은 이런 위험의 원인을 진단하고 그에 대응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또한 정부 정책에 발맞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신용 회복과 재기를 돕는 채무 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을 운용하고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에 앵커 투자자로 참여해 PF 사업장 재가동을 돕고 있다. 아울러 NPL 펀드 조성을 통해 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금융회사에서 발생한 대량의 부실채권을 신속히 인수했다. “우리가 더 나아지려고 노력할 때 우리 주변의 모든 것도 함께 나아진다”는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의 표현처럼 캠코에 주어진 역할을 내년에도 충실하게 수행한다면 악순환의 고리가 선순환의 고리로 바뀌어 우리 경제 역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보다 내년의 한국 경제는 더 어두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수많은 위기를 겪으며 쌓은 경험과 극복 노하우가 있다. 그렇기에 낙담하지 않고 모두가 합력한다면 이번의 위기도 지혜롭게 극복할 것이다. 해 뜨기 직전의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어쩌면 우리는 긴 터널의 끝에 한 발자국 더 다가온 것이다. 다가올 새해에는 한 줄기 빛이 우리를 비추리라는 소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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