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이튿날인 30일 국내 백화점과 홈쇼핑 등 유통가에서는 국가 애도기간과 맞물린 연말연시 카운트다운 행사를 취소하고 애도의 의미를 담아 점등하는 등 차분하게 대처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롯데물산은 31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애도 조명을 점등한다고 밝혔다. 롯데월드타워는 2022년 이태원 참사 때도 희생자들을 애도하고자 건물 위층에 백색 조명을 켠 바 있다.
롯데월드어드벤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카운트다운 행사 ‘해피 뉴 이어 일렉트릭 파티’는 전면 취소됐다. ‘2024 연말 카운트다운권’을 구매한 고객에게는 각 구매처를 통한 전액 환불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에버랜드도 1월 4일까지 불꽃놀이, 퍼레이드 등을 진행하지 않고 일부 포토타임 등으로 조정한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서울시 중구청과 진행하려던 ‘2025 카운트다운 쇼 라이트 나우’를 전격 취소했다. 다음달 4일까지 신년 세일 행사와 관련한 점포 외벽 광고판과 배너 등 홍보를 진행하지 않으며 본점 디지털 사이니지 '신세계 스퀘어' 크리스마스 영상 송출도 중단한다.
신세계백화점은 또 전 점포에서 1월 2일부터 5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던 오징어 게임 시즌2 '4.56초를 맞춰라' 이벤트는 일주일 뒤로 연기했다. 그룹 계열사인 스타벅스도 30일부터 예고했던 해리포터 굿즈 선판매를 잠정 연기했다.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 제주항공 계열인 AK플라자 모두 애도 기간 동안 차분한 분위기 속에 파티 등 들뜬 분위기나 과도한 문자 등 마케팅 행사를 자제하기로 했다. AK그룹 관계자는 “현재는 전 계열사 임직원 모두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며 일부 외부 유통사와 계약한 할인행사를 제외한 사내 행사는 전면 취소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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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상품 판매가 많았던 홈쇼핑 역시 애도 기간인 다음달 4일까지 관련 상품 판매를 중지했다. 매일 같이 이벤트를 벌였던 편의점 업계도 애도 기간 동안에는 떠들썩한 행사를 중단하고 연말 연시를 맞기로 했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제주항공이 속한 애경그룹 계열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애경그룹의 안전 불감증을 비판하며 제주항공 예약 취소 뿐만 아니라 ’2080′ ‘리큐’ ‘트리오’ 등 이번 사고와 관련 없는 애경산업의 생활용품에도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참사에 대해 전날 애경그룹은 장영신 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장 회장의 장남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전남 무안공항에 내려가 유족에게 사죄했지만 사고 발생 11시간 만에 이뤄진 조치여서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애경그룹 계열사인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제조한 유해 화학물질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98명에게 폐 질환 등을 유발하고 이 가운데 12명을 사망케 한 혐의로 2019년 기소됐다. 이 사건은 최근 대법원에서 2심의 유죄 판결이 파기 환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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