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회사채와 국고채의 신용 스프레드(금리 격차) 확대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 1분기 역대 최대 규모의 회사채 물량이 만기를 맞지만 예년만큼의 ‘연초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3년 만기 신용등급 ‘AA-’급 회사채와 3년 만기 국고채의 채권시가평가수익률 차이는 68.4bp(1bp=0.01%포인트)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탄핵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비상계엄 직후 59.2bp(12월 4일)였던 신용 스프레드가 18거래일 만에 9.2bp나 확대된 것이다. 신용 스프레드 확대는 채권 투자자들이 안전한 국고채 투자를 늘리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위험한 회사채 투자를 기피해 국고채 대비 회사채 가격이 더 하락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1월 최대 75.2bp까지 확대됐던 신용 스프레드는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하며 42.4bp까지 축소됐다. 기업들이 1~2분기에 집중적으로 발행한 회사채를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회사채의 고유 금리)보다 더 낮게(높은 가격) 사려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신용 스프레드는 같은 해 9월 60bp 가까이 일부 되돌림을 보이기도 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면서 완만한 축소 곡선을 그려왔다.
문제는 올 1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이 26조 6125억 원으로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이다. 지난해 1분기(21조 7895억 원)보다 4조 8230억 원 더 많다. 기간을 올 전체로 넓혀보면 만기 물량은 79조 1573억 원으로 지난해(83조 9916억 원)보다 적지만 그만큼 1분기에 갚아야 할 빚이 집중된 셈이다. 통상 연초에는 기관투자가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면서 채권시장이 강세(가격 하락)를 보이는 ‘연초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채권시장이 위축된 데다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는 상황에서는 연초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산업별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매파적인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영향으로 (채권)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며 “1~2월 채권 발행 급증 시기에 투자심리 위축이 지속될 경우 연초 효과가 옅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연구원도 “단기금융·회사채·여신 등 직간접 금융시장 어느 한 곳에라도 중대한 크레딧(신용) 이벤트가 발생한다면 하강 국면에 있는 경제 환경과 취약한 투자자 심리가 결합돼 자본시장에 상당한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며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1분기 고비만 넘기면 올 채권시장의 수급 부담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2분기부터 회사채 만기 물량이 줄어드는 데다 특수채와 여신전문금융채 순발행도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특수채의 경우 연내 만기 물량이 95조 5776억 원으로 전년(80조 4006억) 대비 15조 원 이상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이나 큰 폭의 순상환이 전망되는 주택저당증권(MBS·약 29조 4000억 원) 비중이 높고 한국전력공사 채권(약 18조 6000억 원) 역시 한전의 지속된 영업이익과 사채 발행 한도 규정으로 발행 규모가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달에는 현재까지 16개 기업이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확정했다. 포스코(신용등급 AA+)는 6일 최대 1조 원 발행을 목표로 5000억 원 규모의 수요예측을 처음으로 진행한다. 뒤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AA-)·대상(001680)(AA-)·LG헬로비전(037560)(AA-)·LG유플러스(032640)(AA) 등 신용등급이 더블에이 이상으로 우량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다. 한진(BBB+), 두산(000150)(BBB) 등도 각각 13일과 14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지난해 국내 공모채 시장 역사상 최고 주문액(5조 6100억 원)을 받아낸 LG에너지솔루션(373220)도 다음 달 6일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총 8000억~1조 원을 발행할 예정인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 한도를 최대 2조 원까지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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