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심사와 관련해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구애받지 않고 신고서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두산그룹 합병 때와 같은 뉘앙스여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규모를 줄여 정면 돌파에 나섰어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 원장은 10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두산로보틱스(454910) 합병 때와 기준이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들의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신고서에 기재돼야 한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증권신고서가 새로이 접수됐으므로 엄격한 심사 원칙을 견지하되 자금 조달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 원장이 “횟수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표현을 사용한 데 주목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해 8월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상장 자회사 두산밥캣(241560)을 인적 분할한 뒤 두산로보틱스로 합병을 추진해 논란이 일었을 때도 “횟수에 제한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신고서)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발언했다. 이 원장 발언 이후 두산로보틱스는 증권신고서를 6번 추가 정정했고 같은 해 12월 결국 합병을 철회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일 증자 규모를 기존 3조 6000억 원에서 2조 3000억 원으로 축소하겠다며 유상증자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다. 앞선 금감원의 신고서 정정 요청에 따른 조치였다. 증자 규모 축소로 부족해진 약 1조 3000억 원은 한화에너지 등 비상장 계열사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충당해 주주 반발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 원장이 합병 철회로 이어졌던 두산로보틱스의 예를 들며 ‘무제한 정정’ 방침까지 밝히면서 신고서 추가 정정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 업계의 상장지수펀드(ETF) 과열 경쟁 양상에 대해서도 재차 경고 메시지를 냈다. 그는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대형사 간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기본 업무인 펀드가격(NAV) 오류가 반복됐다”며 “노이즈 마케팅 등에만 집중하고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하는 운용사에 대해서는 펀드 시장 신뢰 보호를 위해 펀드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해서는 “검사·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중요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필요한 절차를 이달 중 검찰과 증권선물위원회와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어떤 절차를 진행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패스트트랙(긴급하고 중대한 사건에 대해 증선위 심의를 생략하고 검찰에 통보하는 제도)에 따른 검찰 통지 등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 재표결을 미루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원장은 “위헌”이라며 “헌법이 명확히 정한 재의 절차를 미루는 것은 ‘내로남불’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