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사내 상업·한일은행 파벌주의 청산을 위해 은행 출신별로 따로 운영하던 직원 동우회를 통합했다. 두 은행이 합병한 지 26년 만이다. 현직 직원들의 모든 인사 자료에서도 출신 은행 구분을 완전히 삭제해 계파 문화 청산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3일 상업·한일은행의 퇴직직원 동우회와 통합 추진 업무협약(MOU)을 맺고 ‘우리은행 동우회’로 합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동우회는 회원 상호 간의 친목과 상호 부조를 도모하기 위한 퇴직 직원들의 자율적 모임이다. 상업·한일은행 동우회는 1970년대에 설립됐으며 1999년 양 은행이 합병한 후에도 각각 따로 운영돼왔다. 우리은행에서 함께 근무한 직원들이 퇴직 후에는 출신 은행별로 각기 다른 동우회에 가입해왔던 것이다. 우리은행의 뿌리 깊은 파벌주의의 대표적인 모습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우리은행의 분파적 조직 문화는 다른 은행에 비해 유독 심각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합병 당시 규모가 비슷해 두 조직 간 경쟁이 치열했고 1998년 공적 자금을 받은 뒤 오랜 기간 주요 인사에서 정부 영향에 놓이다 보니 두 은행 출신 간 반목이 거듭됐다. 실제 그동안 상업·한일은행 출신이 각각 번갈아 행장을 맡는 불문율이 이어졌고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불법 대출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도 계파 문제가 꼽혔다.
이번 파벌주의 청산에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임 회장은 2023년 3월 취임 후 기업 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임직원의 화학적 통합을 추진해왔다. 이번 동우회 통합 작업에도 임 회장이 직접 나서 역대 은행장들을 설득했다. 원로 은행장들도 우리은행이 고객 신뢰를 되찾고 재도약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후배들의 쇄신 노력에 적극 동참하자며 솔선수범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아울러 합병 이후 입행한 통합 세대의 퇴직 시기가 다가오면서 동우회 통합의 필요성도 커졌다.
우리은행은 후속 조치로 전사적 인식 개선을 위해 윤리 규범을 손질하고 모든 인사 자료에서 출신은행 구분을 완전히 삭제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임직원 간 융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신속하게 동우회 통합을 마무리하고 현직 내 계파 없애기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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