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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형 보청기·침으로 호르몬 분석…편리함 입힌 AI 헬스케어 [CES2025]

['언베일드' 행사서 혁신제품 공개]

에실로룩소티카 '뉘앙스 오디오'

지향성 음향 기술 적용 청력 개선

타액으로 스트레스·면역 등 파악

일라이헬스 '호르몬미터' 큰 관심

국내기업이 만든 보행로봇도 주목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을 이틀 앞둔 5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만달레이베이에서 열린 ‘CES 언베일드’에 취재진 등이 입장하기 위해 줄지어 있다. 라스베이거스=성형주 기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기반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같은 제품이 10년 안에 인공지능(AI)보다 사회에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결국 장수(Longevity)는 기술의 발달로 불멸이라기보다는 위고비처럼 인간이 더 건강하게, 더 잘사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 입니다.”

5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5’가 제시하는 미래 기술의 방향을 소개하는 ‘테크 트렌드’ 행사에서 CES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의 브라이언 코미스키 시니어 디렉터 겸 미래학자는 이같이 말하며 “이번 CES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스마트홈과 스마트헬스테크가 융합되면서 헬스케어는 이제 인간의 삶에 일부가 됐다”고 설명했다.

코미스키 디렉터는 “미국 소비자의 80%는 스마트홈 기술을 ‘에이지 테크(AGE-TECH)’로 인식하고 있고 52%는 상위 10개 에이징 제품 중 하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며 “스마트홈은 더 건강한 삶의 일부이며 앞으로 이들 분야는 더욱 빠르게 융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전 세계 미디어에 혁신 제품을 먼저 공개하는 ‘CES 언베일드’ 행사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는 인간의 삶 속에 파고드는 헬스케어 제품이 대거 전시됐다. 혁신상을 수상한 각종 국내외 제품과 기술들은 기존 헬스케어 제품과 달리 인간의 삶 속에 거부감 없이 녹아든 디자인과 기능들이 주목을 받았다.

에실로룩소티카의 보청기 역할을 하는 뉘앙스 오디오. 사진 제공=에실로룩소티카


코미스키 디렉터가 직접 소개하기도 한 레이벤의 모회사인 에실로룩소티카의 ‘뉘앙스 오디오’는 착용자가 바라보는 방향의 소리를 증폭하고 배경 소음을 차단해 들려주는 지향성 음향 기술을 적용한 안경 프레임이다. 일반 안경테보다 더 세련된 디자인에 형태나 색상도 선택할 수 있고 햇볕을 받으면 선글라스로 변하는 렌즈도 장착이 가능해 보청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무선 충전도 가능해 일상 생활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코미스키 디렉터는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보청기 착용 시 주변 시선 때문에 꺼려한다고 들었다”면서 “안경 형태의 뉘앙스 오디오는 이런 부담을 없애면서도 청력을 개선하는 가장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라이헬스의 ‘호르몬미터’. 사진 제공=일라이헬스


침 한 방울로 호르몬을 측정해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라이헬스의 ‘호르몬미터(Hormometer)’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혈당측정기보다 작은 형태의 제품으로 가정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호르몬 수치는 혈액이나 소변 등을 통해 측정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길게는 몇 주가 걸린다. 호르몬미터는 기기 끝 부분을 입에 넣어 타액 샘플을 채취하면 연동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호르몬에 대한 결과가 즉각 나온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여성의 몸 안에서 임신이 가능하게 하는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수면·면역 등에 대한 정보는 물론 여성들의 생리 주기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기린의 일렉트릭 솔트 스푼. 라스베이거스=윤민혁


일본 식품 업체 기린이 선보인 전자스푼도 건강관리를 돕는 제품으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미세한 전류를 보내 나트륨 이온을 강화시켜 실제 소금양보다 짠맛을 더욱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저염식을 할 수 있다. 실물은 배터리와 센서 등이 포함되면서 스푼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커 보였다. 전동 칫솔을 작동하듯 버튼을 누르면 4단계로 ‘짠맛’을 조절할 수 있다. 사용시에는 수저를 든 손과 혀가 전극에 붙어 있어야 하고 ‘짠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2초 이상 혀가 전극에 닿아야 한다. 혀와 손가락 사이 전류를 통하게 해 맛을 느끼게 하는 구조다. 가장 낮은 강도에서는 솔직히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가장 높은 강도로 시도했을 때는 약간의 ‘다른 맛’이 느껴졌으나 드라마틱한 변화는 느낄 수 없었다. 아무 음식 없이 혀를 대고 있으니 ‘쇠 맛’과는 다른 감칠맛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아직 시범 단계 기술이지만 발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위로보틱스의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 ‘윔’. 사진 제공=위로보틱스


더 경량화한 웨어러블 로봇도 고령화 시대에 주목 받는 제품이다. 국내 스타트업인 위로보틱스의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인 ‘윔(WIM)’은 1.6㎏의 무게에 원터치 방식으로 탈장착이 간편했다. 윔을 착용하면 일반적으로 걷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20% 정도가 절감된다. 고령화로 근력이 감소한 시니어나 파킨스병 등 경증 보행 환자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실제 착용해 보니 무게도 가벼워 일상 생활에서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등산 모드에서는 계단이나 내리막길에서 보조는 물론 충격도 완화해 줬다. 위로보틱스 관계자는 “기존 병원에서 쓰이던 재활 기기가 이제 일상 생활 속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보행 약자의 보행 개선부터 일상생활의 아웃도어 트레킹까지 건강한 보행이 요구되는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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