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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신산업정책' 무산…'슈퍼 마가' 대응 전략이 없다

■ 정치 불확실성에 발표 철회

"탄핵 결과따라 시한부 한계 뚜렷"

관료 복지부동…정책공백 극대화

국가차원 종합 청사진 제시 필요

2024년 12월 3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무역·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준비하던 ‘신(新)산업 정책’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에 추진 동력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지만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양자 등 글로벌 무한 경쟁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정부의 중장기 정책 방향조차 모른 채 뛰어야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7일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을 감안해 올해는 부처 업무보고 외에 신산업 정책을 따로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일을 전후로 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신산업 정책을 밝힐 계획이었다. 산업과 통상·에너지를 아우르는 대한민국의 산업 전략을 제시한다는 목표였다. 지난해 10월 ‘2025년 경제 분석 및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해왔다. 중국과 일본·영국 등 주요국이 트럼프 2기를 앞두고 산업 정책을 고도화하고 있는 것도 신산업 정책 마련에 한몫했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 이를 포기한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향후 탄핵 절차 진행 결과에 따라서는 6개월 시한부가 될 수도 있어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체 산업을 아우르는 신산업 정책 대신 산업별로 최소한의 육성 정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달 중 글로벌 3대 강국(G3) 진입을 위한 AI 정책을 내놓고 상반기 중 한국형 바이오클러스터 혁신 전략을 발표하는 식이다. 하반기에는 양자산업 5개년계획도 예정돼 있다.

문제는 글로벌 무역·통상 환경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고 주요국이 앞다퉈 첨단산업 육성에 나서는데 한국은 전체적인 밑그림조차 없다는 점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이 동력을 받으려면 정치적 안정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또 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20~30년 뒤에 한국이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그림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의 무책임과 복지부동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치 상황 탓에 신산업 정책을 내놓을 수 없다면 같은 논리로 2025년 경제정책방향도 발표할 이유가 사라진다. 올해 경방의 경우 내용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정책방향을 아예 내놓지 않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 신행정부 수립을 기점으로 국제 통상 환경이 급변할 것임은 물론이고 기술 측면에서도 변화가 상당히 빨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큰 틀에서의 해법이 필요한데 공무원들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산업별 대응 방안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석유화학산업이 대표적이다. 석화 산업의 경우 중국발 공급 과잉 속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2월 말 내놓은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는 구조조정이 아닌 자율적 사업 재편 유도 방안만 언급됐다. 정부는 조선산업 소재·부품·장비 강화 방안과 자동차 산업 대응 전략, 석화산업 추가 지원 방안 등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자칫 방향성을 상실하거나 백화점식 대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정부의 산업 전략이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이에 산업부는 “트럼프 정부 정책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 연내 적절한 시점에 신산업 정책을 내놓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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