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시장 컨센서스를 밑도는 잠정 실적을 내놓았음에도 주가가 3% 넘게 반등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초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게 아니냐는 쪽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강하다. 특히 외국인이 3000억 원 가까이 주식을 사들인 것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900원(3.43%) 오른 5만 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새해 5거래일 중 7일을 제외한 4거래일째 오르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3% 이상 오른 것은 지난해인 12월 12일(3.52%) 상승한 후 처음이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761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도 삼성전자를 235억 원 사들여 외국인과 기관이 모처럼 만에 주가를 쌍끌이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급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 들어 전날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302억 원 순매수)보다는 SK하이닉스(3860억 원)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들였지만 이날은 달랐다. SK하이닉스는 이날 0.15% 하락했는데 이날 외국인은 182억 원을 순매도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4분기 잠정 실적이 당초 예상했던 것만큼 저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눈높이를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7조 원 초반을 시장 기대치로 제시했다가 최근에는 6조 원까지 내려앉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적 추정치를 계속해서 하향 조정하는 등 삼성전자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지는 가운데 약 6조 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점이 되레 시장에 최악은 아니라는 역설적인 안도감을 줬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얼마나 낮아졌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날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설계가 바뀌어야 된다”면서도 퀄 테스트 통과는 기정사실화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도 실적 개선 기대로 작용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 수준은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한 수준”이라며 “밸류에이션 레벨이 역사적 저점권에 위치한 상황이라 어닝 쇼크에도 이런 주가 흐름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