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에 이어 국내 금융사들이 잇달아 한국의 경제성장률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정치 상황 악화와 수출 증가세 둔화로 기대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9일 기획재정부와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발간한 ‘2025년 국내 경제전망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를 1.5%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1.8%)보다 0.3%포인트 낮은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2월 들어 나타난 급격한 심리 악화는 소비·건설투자 부진을 심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상반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가운데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을 들어올릴 대외 모멘텀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iM증권도 최근 “기존에 제시했던 2025년 GDP 성장률 전망치인 1.7%보다 성장률 수준이 더욱 낮아질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iM증권은 △정치 불확실성 △원·달러 환율 급등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제조업 경기 악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맞물려 경제 심리가 나빠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IBK투자증권 역시 1.8%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했다.
이는 정부의 전망(1.8%)보다 성장률이 더 나쁠 수 있다고 보는 곳들이 더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2월 기준 해외 IB 8곳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7%로 전월(1.8%)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상반기 예산의 75%를 집행하고 나면 하반기에 추경 편성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것이 불확실성 완화와 하반기 경기 추가 개선의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우선 예산 집행 속도를 높여 대응할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방교육청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의 신속 집행 목표를 설정해 상반기에 358조 원을 집행하겠다”며 “내수가 조속히 활성화되도록 공공 부문이 합심해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재정의 신속 집행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목표치는 △중앙정부 67% △지방정부 60.5% △지방교육재정 65% 등이다. 인건비와 기본 경비를 제외하고 재량으로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사업들 가운데 65% 안팎을 상반기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