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증시 입성을 위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기업들이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공모주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는 연초부터 ‘옥석 가리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미용 의료기기 기업 아스테라시스는 이달 6일부터 5영업일 동안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공모가를 밴드(4000~4600원) 최상단인 4600원에 확정했다고 13일 공시했다. 공모액은 약 168억 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1680억 원이다. 아스테라시스는 상장 주관사인 DB금융투자(016610)를 통해 14~15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일반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스테라시스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기관 2219곳이 참여해 124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밴드 상단보다 높은 가격에 주문을 써낸 비율도 신청 수량 기준 20.99%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미용 의료기기 시장 성장성이 높고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간거래(B2B)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와이즈넛은 이날 공모가를 밴드(2만 4000~2만 6000원) 최하단에도 못 미치는 1만 7000원으로 결정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65대1로 국내외 기관 370곳이 참여했다. 의무보유확약 비율도 0.3%로 저조했다. 상장일 유통 가능 주식 비율이 66.97%로 높은 데다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우려도 흥행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와이즈넛은 삼성증권(016360)을 통해 15~16일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1만 7000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문한 비율이 81.64%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청약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통상 1~2월은 기관투자가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면서 공모주 시장이 호황을 맞는 시기로 여겨진다. 지난해에는 첫 상장 종목이던 우진엔텍(457550)을 시작으로 포스뱅크(105760)·현대힘스(460930) 등 19개 종목 연속으로 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가 정해졌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 4분기 급격히 위축됐던 공모주 투자심리가 좀체 반등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올 IPO 시장 첫 타자였던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운영사 미트박스글로벌도 이달 10일 공모가를 밴드(1만 9000원~2만 3000원) 하단인 1만 9000원에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올 공모주 시장은 연초 효과보다는 ‘옥석 가리기’가 키워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상장일 새내기주 주가 급락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된 상황에서 ‘묻지 마 투자’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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