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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1900원·닭날개 900원… 불황에 줄서는 '가성비 주점'

저렴한 안주 등 '미끼 상품' 꺼내

수익 일부 포기하고 손님 확보

박리다매 전략으로 손실 만회

소비자도 얇아진 지갑에 '긴줄'

손님들로 가득 찬 서울 시내 한 주점의 문 앞에 대기 방법을 안내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주말인 11일 저녁 서울 신논현역과 강남역 사이에 위치한 이자카야 ‘생마차’. 60평 공간에 50개가 넘는 테이블이 가득 차 13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 곳이 인기 있는 이유는 맥주 한 잔(300㎖)을 1900원, 닭날개 한 조각 900원의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안주도 평균 6000~9000원 수준이다.

#최근 서울 방배동에 오픈한 ‘양사미'는 맥주 한 잔 가격이 900원, 하이볼은 1900원이다. 안주는 감자튀김 단일 메뉴다. 이곳은 주방 설비에 투자하고 음식을 직접 만드는 비용을 과감히 줄이고 인근 상권과 협업해 외부 음식을 반입할 수 있도록 해 메뉴 가격을 대폭 낮췄다.



고물가 시대에 고급 식당이나 유흥주점 대신 가성비 주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주점은 수익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손님을 더 많이 확보해 이를 상쇄하는 전략을 택하는 모습이다.

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가성비 주점이 인기를 끌며 다수의 프랜차이즈가 등장했다. 생마차, 간빠이 등 이자카야 브랜드부터 봉구비어, 역전할머니맥주, 야생(生)맥주 등 스몰비어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맥주 한 잔에 1900원, 안주 한 접시에 1만 원 미만의 부담 없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가형 주점들은 경기가 불황일 때 장사가 잘되는 경향을 보인다. 2013년 유로존 재정 위기와 중국 경기 부진의 여파로 국내 경기가 침체되자 ‘불황형 맥주집’이 처음 등장했다. 당시 맥주 한 잔에 2000원대, 안주 5000원대에 판매하는 소형 맥주집 브랜드가 대거 생긴 것이다. 10년 후인 2023년부터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일본식 저가 선술집을 모티브로 한 프랜차이즈가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가성비 주점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외식 물가가 급등하면서 얇아진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고 있는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012년 이후 12년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특히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2022년 7.7%, 2023년 6.0% 오른데 이어 지난해도 3.1% 상승해 3년 연속 3% 이상 상승세를 나타냈다.

일반 자영업자들도 주류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미끼 전략’을 택하고 있다. 경기도 동탄에 위치한 한우 정육식당은 소고기 주문 시 홀에서는 소주 5병을, 룸에서는 소주 10병을 무료로 제공한다. 천안의 한 프리미엄 한식 뷔페는 1인 당 9000원 메뉴를 주문하면 소주 1병을 300원에 판다. 대구의 한 갈비집은 2시간 한정으로 소주와 맥주를 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서울 건대입구역 인근 쭈꾸미 가게는 인당 5000원에 소주를 무한리필로 제공한다.

이 같은 전략은 한편으로는 밑지는 장사처럼 보이지만 고객을 많이 유치해 박리다매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주류를 1000원 미만으로 팔 경우 입고가를 고려하면 2병 이상 팔면 손실”이라면서도 “테이블을 비워두는 편 보다는 고객을 유인해 뭐라도 하나 더 파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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