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 대구·경북 본부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플랫폼으로 호출하지 않은 손님으로부터 발생한 운임에도 20%의 가맹비를 일괄 징수한 것은 불공정행위라고 판단한 결과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수수료를 다르게 적용하면 택시의 승차 거부 행위가 늘어날 것이라며 행정 소송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15일 ‘디지티모빌리티’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 28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구 소재 20개 법인 택시회사 대표자들이 설립한 디지티모빌리티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과 업무제휴를 맺고 대구·경북 지역의 카카오T블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TK지역에서 디지티모빌리티와 가맹 계약을 맺고 운영 중인 카카오T블루 택시는 총 7735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T블루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계약을 맺은 개인·법인 택시에게 제공하는 승객 호출·배차 서비스로 2019년 9월 출시했다. 택시 기사는 카카오택시 브랜드와 인프라를 활용해 영업할 수 있고 소비자는 승차 거부 없이 품질 좋은 택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정위는 디지티모빌리티가 가맹 택시 운임 전체의 20%를 가맹비로 징수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3년 9월 사이 가맹 택시들이 길에서 기다리는 승객을 태우거나(배회 영업) 다른 호출 앱을 사용하고도 디지티모빌리티에 가맹금을 납부한 횟수는 총 2030만 건이었다. 해당 기간 총 운행 건 수(7118만 건)의 28.5%에 달하는 수치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카오T 앱을 통해 유입되지 않은 승객으로부터 발생한 운임에도 플랫폼 사용 비용을 부과한 것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계약 조항을 설정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은 경우 플랫폼 이용료를 받지 말거나 최소한 적은 이용료를 매기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가맹 외 영업에 대해 가맹금을 수취하는 것이 불공정행위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다른 가맹 계약에서도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공정위의 방침을 따르면 택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회영업에 낮은 가맹비가 책정될 경우 택시 기사들이 원할 때만 호출에 응하는 골라잡기 행위를 할 유인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T블루는 단순히 승객만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지도, 관제서비스, 회계 시스템이 제공되는 인프라”라며 “배회 영업이나 타 앱 호출 시에도 이런 서비스는 동일하게 제공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디지티모빌리티의 경우 가맹회원들이 결성한 회사여서 거래상 지위 남용 사유가 없다는 점도 들여다봐야할 지점”이라며 “디지티모빌리티는 행정소송을 통해 법 위반 행위가 없었음을 성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구·경북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카카오T블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케이엠솔루션도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 모델은 전국에서 동일하기 때문에 디지티모빌리티와 같은 이유로 불공정거래 여부를 심사받는 것이다. 이번 판결 결과를 적용하면 케이엠솔루션에게도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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