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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칩으로 식품 유통기한 확인…일상 파고드는 '양자센서' [사이언스포커스]

양자역학 원리로 '초정밀' 측정

근육 미세신호 측정 XR에 응용

반도체 제조공정 미세결함 확인

'수십억년에 1초 오차' 시계 개발

중력분포 분석 지하자원 탐사도





컴퓨터·통신과 함께 3대 양자기술로 꼽히는 양자센서가 일상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양자역학적 원리를 응용해 기존 센서보다 정밀도를 크게 높인 신기술은 실험실 수준의 연구를 넘어 ‘뇌 임플란트’로 불리는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의 성능과 신약 개발 효율을 높이는가 하면 식품의 유통기한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상적인 서비스로도 구현되고 있다.

1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 양자센서를 주제로 한 행사 ‘퀀텀 이즈 나우’가 개최됐다. 양자센서 기술과 시장 동향이 공유된 이번 행사에서 단연 주목받은 기업은 최근 자기근전도(MMG) 센서를 개발해 ‘CES 혁신상’을 받은 스타트업 뉴라닉스였다.

MMG 센서는 특정 조건에서 물질의 전기 저항이 바뀌는 ‘터널자기저항(TMR)’이라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응용해 근육에서 발생하는 pT(피코테슬라·1조분의 1T) 크기의 미세한 자기장을 측정한다. 특히 근육 움직임을 파악하는 근전도(EMG) 센서를 대체해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같은 BCI나 확장현실(XR) 기술에 응용할 수 있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BCI의 성능은 뇌와 근육 신호를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해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관건인데 MMG 센서가 관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라닉스는 지난해 10월 스코틀랜드 경제개발공사(SE)로부터 BCI 관련 연구비 80만 파운드(14억 원)를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참석 기업인 유클리드는 ‘다이아몬드 내 양자 결함’이라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응용해 반도체·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미세한 결함을 감지할 수 있는 양자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양자센서는 원자 수준에서 발생하는 민감한 양자역학적 현상을 응용해 탐지 대상의 미세한 변화를 측정하는 신기술이다. 양자센서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30년 6조 9482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자컴퓨터(123조 8263억 원)보다는 성장이 더디지만 초정밀을 요하는 국방·바이오 등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 수요가 느는 추세다.

최근 눈에 띄는 민간 기술로는 식품 유통기한을 측정하는 양자센서가 있다. 독일 스타트업 스핀매직이 지난해 12월 자국 경제기후보호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기술이다. 식품 부패를 포함한 산화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인 ‘자유라디칼’을 측정하는 원리다. 기존에는 1톤 이상의 무게가 필요했지만 양자센서 방식으로 40g과 1㎟보다 작은 면적의 칩으로 소형화했다. 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질병 연구와 신약 개발을 위한 단백질 분석을 원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는 양자센서 기술을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나노레터스’에 발표했다.

각국 정부도 양자센서 기술 확보에 나섰다. 영국 국방과학연구소(DSTL)는 2일(현지 시간) 시간 오차를 수십억 년에 1초 이내로 줄인 양자 시계를 개발해 5년 내 도입한다고 밝혔다. 기존 세슘 원자시계보다 100배 높은 정밀도로 적 공격에 취약한 위성항법시스템(GPS)에 의존하지 않고 위성통신부터 유도미사일 궤적 계산까지 다양한 군사작전에 필요한 독자 항법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은 ‘퀀텀 플래그십’ 사업의 일환으로 프랑스우주국 등이 참여하는 카리오카 컨소시엄을 지원한다. 컨소시엄은 인공위성으로 지구 내부의 지하수나 천연자원 분포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한 지구 중력 분포를 측정하는 양자 가속도계를 개발 중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미세한 진동까지 측정해 각종 우주 실험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는 원자 간섭계를 지난해 8월 선보였다. 한국 정부도 2030년대 고성능 양자기술 개발 목표에 ‘무(無)GPS 양자항법’과 ‘양자 자기공명영상(MRI)’ 등 기존 센서보다 10~100배 정밀한 성능의 양자센서 기술을 포함시켰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기초과학연구원(IBS)·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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