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 부문 일자리 규모가 처음으로 감소했다. 공무원의 신규 채용 증가 폭을 줄이고 민간과 시장 중심으로 경제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작은 정부’가 작은 규모나마 처음으로 실현된 것이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수 침체가 가속화하고 고용 절벽이 나타나면서 그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16일 내놓은 ‘2023년 공공 부문 일자리 통계’에 따르면 재작년 공공 부문 일자리는 287만 3000개로 전년 대비 5000개(-0.2%) 줄었다. 공공 부문 일자리 수가 감소한 것은 2016년 통계 작성 이래 최초다. 공기업 일자리는 41만 4000개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보였지만 중앙과 지방정부를 합한 일반 정부 일자리가 245만 9000개로 5000개(-0.2%) 줄며 전체 일자리 수 감소를 이끌었다.
총취업자 대비 공공 부문 일자리 비율은 10.0%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줄었다. 중앙과 지방정부를 합한 일반 정부의 일자리 비율은 8.4%로 0.1%포인트 줄었고 공기업의 일자리 비율도 0.1%포인트 하락했다. 전체 일자리 대비 공공 부문 일자리 비율도 10.8%로 전년보다 0.1%포인트 줄었다.
공공 부문 일자리가 처음으로 감소한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의 ‘작은 정부’ 기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이후 공공 부문의 ‘보여 주기식’ 일자리 확대를 경계해왔다. 재정을 확대해 공공 부문에서 계약직·임시직 형태의 일자리를 늘리면 고용률이 상승하기 때문에 이전 정부들이 즐겨 써왔던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간 영역의 일자리를 밀어내고 고용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공공 부문의 일자리 증가는 조직 비대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공무원 정원의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대대적인 조직 진단을 실시해 신규 채용 정원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정부가 공무원 정원 감축을 염두에 두고 조직 진단을 벌인 것은 2006년 이후 16년 만이다. 윤석열 정부는 매년 기관별 정원의 1%(5년간 총 5%)를 감축하기로 정하고 실제 지난해에는 신규 공채 인력 채용 규모를 줄였다. 지난해 국가공무원 공채 선발 인원은 5751명으로 전년(6396명)보다 645명 감축했다. 공채 선발 인원이 5000명대로 떨어진 건 2015년(5370명) 이후 9년 만이다. 통상 정부는 정년퇴직 등에 따른 공백을 신규 인력 채용을 통해 충원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신규 채용을 최소화하고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공무원 정원을 줄여 나가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예산을 긴축 편성한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작은 정부 기조를 추구해왔다”며 “공공 부문의 일자리 감소는 그 효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공공 부문의 비대화를 막아낸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공공 부문 일자리 외에도 윤석열 정부는 2년 연속으로 나랏돈 씀씀이를 3% 안팎으로 줄이는 긴축 예산안을 편성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재정 중독’에 국가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에 이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게 이번 정부의 방침이었다.
하지만 비상계엄이 경제 불안을 가속화하면서 작은 정부에 대한 기대는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 내수 침체에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한 데다 추가 일자리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올해 공식 취업자 전망자 수도 12만 명에 불과하다. 하 교수는 “공공 부문에 대한 개혁은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며 “공공의 역할과 경제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공일자리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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