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가 아니라 뷔페 식당 같아요.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16일 롯데마트가 6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강동구에 오픈한 롯데마트 천호점은 개점시간인 오전 10시 전부터 고객들이 길게 대기줄을 섰다. 매장에 들어서면 바로 펼쳐지는 27m 길이의 ‘롱 델리 로드’에서 한 30대 여성 고객은 한참을 고민했다. 델리에 흔한 초밥, 치킨 외에 중식 음식인 깐쇼새우, 아시아 음식인 나시고랭 등 종류가 다양했기 때문이다. 그로서리(식료품) 마저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됐지만 갓 조리한 음식까지 새벽배송 받을 수는 없는 일. 롯데마트가 천호점의 매장 콘셉트를 먹거리에 집중한 ‘차세대 도심형 매장’으로 설정한 이유다.
이날 매장에는 젊은 고객들이 많았다. 천호점 반경 2㎞ 이내에는 약 17만 세대가 거주하며 1인 가구와 신혼 부부 중심 2인 가구가 다수를 차지한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돼 지난해 11월부터 1만 2000세대가 입주를 시작했다. 나근태 천호점장은 “인근 대형마트들은 노후화돼 새 점포에 대한 니즈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젊은 고객들이 편의성을 선호하는 점을 반영해 차별화 먹거리 콘텐츠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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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간편식 매장도 차별화된 부분이다. 밀키트 규모가 기존 마트의 3배 수준에 달한다. 단독 론칭한 이탈리아의 파스타 브랜드 ‘피오르디프리미’와 일본에서 공수한 야끼소바 ‘킨레이’ 등이 대표 상품이다. 퇴근 후 저녁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는 1~2인 가구 고객에게 고르는 재미를 주기 위해 수익성 하락을 감수하고 다양한 상품을 배치하는 시도를 한 것이다. 바로 옆 ‘와인&리큐르존’에서는 오픈 기념으로 롯데마트 천호점이 2000개 한정 생산해 단독 출시한 ‘강동맥주’를 시그니처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개당 2000원에 판매해 곧 매진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비식품 매대는 롯데마트 자체 브랜드(PB) ‘오늘좋은’ 상품 위주로 배치했다. 일반 매장의 PB 비중이 20% 수준인데 반해 천호점은 60% 이상이다. 4900원, 7900원, 9900원, 12900원으로 가격을 맞춘 PB 상품을 파는 특화존도 만들었다. 균일가로 생필품 매장 1위에 올라선 다이소를 떠올리게 했다.
롯데마트가 천호점을 통해 서울 강동구에 처음 진출하면서 이 일대에서 대형마트들이 벌일 유통대전도 관심을 끈다. 강동구에 이미 2개 점포(명일점·천호점)를 보유한 이마트(139480)는 상반기에 고덕강일점을 신규 오픈한다. 홈플러스도 강동점을 운영하고 있다. 당장 이날 롯데마트가 문을 열자 이마트 두 점포는 대응 성격으로 19일까지 대표 델리 상품인 순살양념·달콤강정을 5988원에 판매하는 등 특별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천호역 근처에는 킴스클럽, 하나로마트도 있어 서울에서 가장 치열한 유통 경쟁이 강동에서 벌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적 악화로 부실 점포 정리와 기존점 리뉴얼에 집중해온 롯데마트는 천호점 개점에 이어 상반기에 구리점도 오픈한다.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는 “천호점은 차세대 그로서리 전문점의 표준이 되는 매장”이라며 “외연 확장을 통해 양적·질적 성장을 함께 이뤄내는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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