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2년 넘게 이어온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하고 원자력발전소 공동 수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해외 원전 건설 사업 수주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던 양측의 분쟁이 종결된 것이어서 3월께 발표될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최종 수주 계약도 무난히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 1월 11일자 5면 참조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과 한국전력,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갖고 있는 캐나다의 핵연료 회사 카메코는 16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사이의 지재권 분쟁을 중단하고 앞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하겠다는 내용이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하려고 했던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며 한국의 독자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한수원은 APR1400은 국산화에 성공한 모델이라고 맞섰지만 지재권 분쟁 특성상 송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어 웨스팅하우스와의 갈등이 다른 해외 원전 건설 수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양측이 이 같은 분쟁을 이어가지 않고 협력하기로 전격 발표하면서 한미 양국이 함께 글로벌 원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측의 협상 내용에는 진출 지역에 따라 공조 방식을 달리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이 유럽 시장에 진출할 때는 웨스팅하우스와 조율하고 중동 등의 시장에서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할 때는 한국이 ‘한국형 원전’으로 단독 진출하는 방식이다. 웨스팅하우스의 한 관계자는 “한수원이 지역에 따라 웨스팅하우스와 함께하거나 혹은 독자 진출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 유지 약속에 따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이처럼 협력 관계로 거듭나기로 한 것은 분쟁을 이어가기보다 함께 원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상호 이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추진되고 있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은 총 430기에 달한다. 중국 등 자국 업체가 건설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업은 유럽과 중동에 몰려 있다. 한미가 소송전에 휘말려 해당 사업들을 중국·러시아 업체에 빼앗기는 것보다 양국이 함께 수주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양국이 원전 시장에서 협력할 것이라는 신호가 나오기도 했다. 한미 정부는 8일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을 체결했다. 원전 수출에서 양국 정부가 협력하기 위한 채널을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한수원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던 프랑스 출신 패트릭 프래그먼 웨스팅하우스 최고경영자(CEO)는 3월 말 물러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 역시 13일 기자들을 만나 “양국 정부가 체코 원전 수주에 문제가 없도록 기반을 마련했다”며 “(원전 시장에서) 한미가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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