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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시총 500억 미달시 상장폐지…상장사 퇴출 속도 낸다

시총 16년, 매출 22년 만에 기준 조정

IPO시 기관투자자 의무보유도 확대

2027년 최종 상향시 200곳 퇴출 대상





정부가 상장폐지 요건이 되는 시가총액 기준을 16년 만에 대폭 상향조정하고, 2회 연속 감사의견이 거절된 기업에 대해 즉시 퇴출하는 등 상장폐지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도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를 확대해 공모 시장도 개선한다. 시장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상장사 수로 증시 부진이 심화되자 정부가 기업·투자자 보호에서 시장 효율성 향상으로 방향키를 튼 것이다.

21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자본시장연구원 등은 ‘지속적인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공동세미나’를 열고 ‘IPO 제도개선 방안’과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 시장은 상장기업 수나 시가총액이 급격히 늘었으나 시장 퇴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업 가치나 성장성 등 질적 발전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최근 5년 동안 한국 상장회사 증가율은 17.7%로 미국(3.5%), 일본(6.8%), 대만(8.7%) 등을 압도하지만 주가 상승률은 3.8%로 미국(82.6%), 일본(65.4%), 대만(110.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동안 정부는 상장 제도를 기업에 회생기여를 부여하고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운영해왔다. 이에 최근 5년 동안 연 평균 99개사가 새로 진입했으나 퇴출은 25개사에 그치면서 시장 비효율성이 크게 증가했다. 상장기업 수 대비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한국은 9000억 원으로 미국(22조 5000억 원)은 물론이고 일본(2조 3000억 원)이나 대만(2조 원)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정부는 먼저 지나치게 낮게 설정돼 있는 시가총액·매출액 등 재무적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시가총액은 2009년, 매출액은 2002년 이후 한 번도 기준이 바뀌지 않아 이로 인한 상장폐지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밸류업 노력을 하지도 않고 성장 가능성도 낮은 기업들이 상장 상태만 유지하면서 증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를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코스피는 시총 기준이 50억 원에서 500억 원, 코스닥은 4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된다. 시총 미달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형식적 상장폐지 요건인 만큼 기준 이하 상태가 30일 지속되면 관리종목, 이후 90일 동안 연속 10일 또는 누적 30일 미충족되면 즉시 상장폐지 된다. 최종적으로 상향 조정이 완료되면 전체 코스피 상장사 788개사 중 62개사, 코스닥 상장사 1530개사 중 137개사가 기준 미달로 퇴출 대상이 된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인 만큼 최종 퇴출엔 변동이 있을 수 있다.



감사의견 미달 사유가 발생한 이후 다음 사업연도에 감사의견이 미달돼도 즉시 상장폐지한다. 그동안엔 이의 신청이 허용되는 만큼 다음 또는 다다음 사업연도 감사의견이 나올 때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하면서 다소 완화적으로 요건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심사를 지연하기 위해 고의로 감사의견 미달을 받는 사례도 발생했다.

상장폐지 심사 기간도 단축한다. 코스피는 형식적 사유로 이의신청을 했을 때 개선기간을 2년에서 1년, 실질심사는 최대 4년(2+2)에서 최대 2년(1+1)으로 단축한다. 코스닥 실질심사도 2년(1~3심 합산)에서 1.5년(1~2심 합산)으로 축소한다.

상장폐지 요건 강화와 절차 단축 등으로 퇴출기업이 증가하면서 투자자 보호 필요성도 커졌다. 이에 금융투자협회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K-OTC를 활용해 상폐 주식 거래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 상장폐지기업부를 신설하고 해당 기업은 6개월 동안 거래되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IPO 시장은 단기차익 투자 위주로 운영되면서 공모가와 상장일 이후 주가 흐름이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기관마저 배정받은 공모주를 상장 직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에 수요 예측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면서 적정 공모가 산정이 이뤄지지 않아 주가 흐름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기업가치 기반 투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기로 했다.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을 한 기관에 우선 배정한다. 지난해 평균 19%인 의무 확약 비중을 높인다는 것이다. 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하면 주관사가 공모물량의 1%(상한금액 30억 원)를 취득해 6개월 동안 보유해야 한다. 올해 7월부터 연말까지는 30%로 시범 도입하다가 내년부터 40%를 적용한다. 확약 위반자는 수요예측에 참여를 제한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제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업가치 평가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규모 사모펀드나 투자일임사가 수요예측에 참여하면서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도 문제다. 그동안엔 고유재산만 따졌으나 앞으로 펀드·일임재산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사모운영사 69개, 일임사 55개 등을 제외키로 했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시가총액과 매출액 요건을 실효성 있는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상장폐지 심사 단계와 개선기간 부여 한도를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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