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와 영풍(000670)의 고려아연(010130) 이사회 장악이 가시권에 들어오며 변호인단이 주목받고 있다. 양측 경영권 다툼에서 김앤장은 앞서 2승을 거뒀지만 결정적 순간인 임시 주주총회 집중투표제 도입에서 밀린 것이다. 두 번의 법원 가처분에서 김앤장에 패배했던 MBK·영풍은 세종·태평양·한누리 등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끝에 경영권 확보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영풍은 지난 21일 인용 결정이 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의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금지 가처분 신청에 앞서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렸다. 기존 대리인이었던 법무법인 세종 외에 법무법인 태평양, 한누리, 베이커맥켄지 앤 케이엘파트너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홍승면 변호사가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소송대리인에 이름을 올린 변호사만 32명에 달한다.
특히 주목받는 건 한누리의 합류였다. 2000년 설립된 한누리는 증권 집단소송과 거버넌스 관련 사건 등 자본시장 분야에 강점을 지닌 원고 대리 전문 강소로펌이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는 거버넌스 관련 분쟁에서 다수의 전향적인 선례를 만들어 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으로부터 정치·법률 부문 한국기업거버넌스 대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한누리가 주주총회와 관련한 소송 경험이 많아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MBK·영풍을 상대로 앞선 두 차례 가처분에서 모두 승리했던 고려아연은 김앤장만을 믿고 이번 집중투표제 가처분에 임했다. 김용상·고창현·진상범·박철희·조현덕·노재호 변호사 등 15명의 경영권 분쟁 전문 변호사들이 나섰다. 앞선 가처분에서 김앤장이 승리를 안겨준 만큼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기존 변호인단에 대한 신임을 유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고려아연의 이 같은 판단은 패착으로 드러났다. 이번 가처분 신청을 앞두고 MBK·영풍은 가처분 재판부의 판결 법리를 세심히 분석해왔다. 두 번의 패배를 겪으며 또 다른 실패 사례를 더하지 않기 위해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는 재판부가 법문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는 점을 역으로 공략했다”며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이 상법 규정에 어긋나는 점을 집중 부각한 전략을 쓴 게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은 성공했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 해당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었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통과된다고 해도 이사 선임은 불가능해졌다. 재판부는 “유미개발이 집중투표 청구를 했던 당시 고려아연의 정관은 명시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며 “결국 이 사건 집중투표청구는 상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적법한 청구로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는 MBK·영풍 측이 주장한 “유미개발이 이사 선임을 청구한 날짜를 기준으로 고려아연 정관에 집중투표제가 허용되지 않았기에 해당 의안 상정은 위법하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고려아연이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는 만큼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곧바로 이사를 선임하는 건 상법상 절차에 맞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이 무산되면서 MBK·영풍의 이사회 장악 가능성이 커졌다. MBK·영풍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이사 14명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추진 중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명과 MBK·영풍 1명 구도인데, 지분율에서 앞서는 MBK·영풍의 이사진이 모두 선임되면 11명 대 15명으로 역전된다. MBK·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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