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로 부진의 늪에 빠졌던 유럽 증시가 올 들어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비슷하게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증시가 강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달러가 안정화된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구산업 위주의 유럽 경제구조로 인해 증시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현지 시간) 독일 증시의 닥스(DAX)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12.27포인트(1.01%) 오른 2만 1254.27에 장을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힘입어 유럽 증시 대표 지수 유로스톡스50도 0.77% 상승하며 최고가에 근접했다. 지난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던 닥스와 유로스톡스는 올 들어 이달 22일까지 각각 6.76%, 6.33% 급등하며 다른 주요 글로벌 증시 대비 견조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 증시가 모처럼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장기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했던 유럽은 2023년부터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며 증시 역시 부진했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BC)은 지난해 6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며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다만 통화정책이 실물경제까지 확산되는 시차를 고려하면 올 하반기 이후부터 본격적인 경기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기대감이 증시에 한발 빠르게 반영되면서 연초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올해도 EBC가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과 달리 강도 높은 관세정책 카드를 꺼내 들지 않으며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긍정적인 정책 기조에도 유럽의 고질적인 산업구조가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미국 증시가 계속되는 고점 논란에도 인공지능(AI) 시장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투자금이 유럽이 아닌 미국으로 쏠릴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유럽 국가들이 재정지출 축소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통화정책을 통한 유동성 공급 확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구산업 중심의 유럽 대신 성장과 기대 수익률이 높은 시장으로 자금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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