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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1년도 안돼 '유증'…개미들 울린다 [시그널]

이에이트, 시총 40% 177억 추진

목표 실적 달성못해 추가 자금 조달

주가 급락에 지분가치 희석도 부담

최대주주 등은 소극적 참여 도마에

이에이트 로고




기술성 특례 전형으로 증시에 입성했다가 경영 악화로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사례가 또 등장했다. 목표했던 실적을 달성하지 못해 부족해진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지만 공모가 대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지분 가치 희석까지 부담해야 하는 일반 주주들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지털 트윈(현실의 사물·현상을 디지털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해 데이터를 분석·예측하는 기술) 전문 기업 이에이트(418620)는 약 177억 원 규모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2월 코스닥 시장에 기술성 특례 전형으로 상장한 지 약 11개월 만이다.

이에이트가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건 경영 악화로 기업공개(IPO) 당시 제시했던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IPO 시장 호황기에 이에이트는 희망 가격 범위(밴드·1만 4500~1만 8500원) 상단을 초과한 2만 원에 공모가를 확정해 226억 원을 조달했다. 당초 지난해 흑자전환(영업이익 38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 79억 원을 기록했다. 공모 자금을 대부분 소진했고 회사에 남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1억 원에 불과하다.





적자가 지속되면서 주가도 줄곧 하락세다. 이에이트 주식은 이날 4535원에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 대비 77.3% 떨어진 수준이다. 시가총액이 438억 원이니 현 회사 가치의 약 40%에 달하는 금액을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의 깐깐한 유증 심사 기조에 이 회사는 지난 14일 정정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상장 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기업가치 대비 대규모 공모를 추진하자 정작 경영진 및 주요 소유주들이 걸맞은 책임 의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이트 최대주주는 지분 25.73%를 보유하고 있는 김진현 이에이트 대표로 김 대표는 자신이 이번 유상증자에 배정받은 주식 중 약 3% 정도만 참여할 계획이다. 나아가 그 외 특수관계인들(지분율 3.43%)은 청약 참여 여부를 밝히지도 않았다.

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하는 기업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상장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사례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술평가특례·성장성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2022년 28곳에서 지난해 42곳으로 1.5배 증가했다. 그러나 상장 당시 목표한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지난해에는 신약 개발 기업 샤페론(378800)과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퀄리타스반도체(432720)가 각각 상장 후 약 1년 6개월, 6개월 만에 유상증자를 진행해 투자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특히 샤페론의 경우 회사 대표 겸 최대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최종 조달금이 당초 계획 대비 3분의1 가까이 줄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IPO에 준하는 수준으로 투자자들에게 유상증자 필요성 및 향후 사업 계획을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는 유상증자 흥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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