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000670)·MBK파트너스가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과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를 공정거래법 위반과 배임 혐의로 형사 고발한다. 고려아연이 호주 손자회사를 통해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 ‘탈법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일단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최 회장 측은 MBK에만 “경영 참여의 길을 열어놓겠다”며 전격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분쟁의 장기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로 주총에서 MBK의 손발을 묶고 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에서 타협점을 찾기는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24일 화상 간담회를 열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순환출자 방식을 활용한 것은 명백한 공정거래법 36조 위반인 동시에 배임 행위”라며 “최 회장과 박 대표를 비롯해 관련 인물들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23일 임시 주총 결과에 대해서도 조만간 법원에 효력 중지 가처분을 낼 계획이다. 3월 정기 주총 이전에 임시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영풍 의결권이 다시 인정된다.
전날 임시 주총에서는 약 25.42%의 영풍 의결권이 무용지물이 되자 집중투표제 도입이 가결됐고 사외이사 19명 상한과 함께 7명의 고려아연 추천 이사가 선임됐다. 최 회장 측과 영풍·MBK의 이사진은 12명 대 1명에서 18명 대 1명으로 기울어졌다.
반면 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는 소모적인 갈등을 멈춰야 할 때”라며 “대타협을 위한 대화의 시작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MBK 추천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면서 "MBK를 더 이상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다음 이사회에서 의장직을 내려놓을 계획이다. 다만 박 대표는 어떻게 MBK의 경영 참여를 가능하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MBK의 법적 대응에 대해 박 대표는 “본질은 고려아연과 영풍의 상호 출자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라며 “공정거래법과 상법은 다르게 적용해야 하고 SMC는 주식회사가 맞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영풍과는 확연하게 거리를 뒀다. 박 대표는 영풍과의 화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뚜렷한 안이 없어서 현재 말씀드릴 게 없다”고 답했다.
영풍·MBK 측은 최 회장 측의 제안에 “범법 행위를 저지른 자들과 타협하지 않겠다”며 응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 부회장은 “최 회장 측이 해온 행동을 비춰볼 때 전혀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임시 주총 의결 안건들을 무효화하고 관련 인사들이 모두 사표를 낸다면 인정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 투자에 활용하는 펀드 만기가 10년이고 두 번 연장이 가능하다”며 “충분한 시간과 자금력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영풍·MBK 측이 요구하는 것은 세 가지다.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한 SMC의 영풍 지분 거래 철회 △임시 주총 표결 결과 일체에 대한 무효화 선언 △자사주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에 대한 공모 인정 등이다. 사실상 최 회장 측이 범법 행위를 인정하고 고려아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라는 얘기다.
고려아연은 3월 19일께 정기 주총을 열 예정이다. 관건은 그전에 법원이 MBK 연합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영풍의 의결권이 인정돼 정기 주총에서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 특히 핵심 안건이던 집중투표제 도입도 무효화돼 정기 주총에서는 단순 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출하기 때문에 총 46.7%의 의결권 지분을 갖고 있는 영풍·MBK가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아울러 영풍과 고려아연의 순환출자 문제로 의결권이 제한됐던 만큼 MBK가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하는 등 플랜B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임시 주총 결과의 영향으로 11.62% 상승한 84만 5000원을 기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