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사고기 양쪽 엔진 모두에서 겨울 철새인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 사고기의 블랙박스인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 기록이 동시에 중단된 충돌 4분 전께 가창오리떼와의 충돌로 엔진 2기 모두 동력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참사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25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참사 유가족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사조위 관계자는 “양쪽 엔진에서 발견된 깃털과 혈흔의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가창오리로 파악됐다”며 “현재 발견된 시료로는 조류 개체 수나 다른 조류 포함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가창오리는 대표적인 겨울 철새로 전체 집단의 약 95%가 겨울철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에 수만에서 수십만 마리가 함께 군무를 펼치며 이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충돌 당시 사고기는 착륙을 위해 지표면에 가까이 내려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조위에 따르면 두 블랙박스 기록이 멈춘 사고일 오전 8시 58분 50초 당시 사고기 속도는 161노트(약 시속198km), 고도는 498피트(약 152미터)였다. 조종사는 블랙박스 기록이 멈춘 직후인 오전 8시 58분 56초께 관제탑에 조류충돌로 인한 비상선언(메이데이)을 실시하고 항공기를 다시 돌렸다. 이후 당초 착륙하려던 01방향이 아닌 19방향 활주로로 선회해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채 동체 착륙했다. 사고기가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시설물과 충돌한 것은 오전 9시 2분 57초다.
사조위는 위같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예비보고서를 27일까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프랑스·태국 등 관계국에 송부할 예정이다. 국제민간항공협약 부속서 13에 따라 항공 사고가 발생하면 관계국과 함께 조사한 뒤 30일 이내 예비보고서를 발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고 조사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사조위는 “사고기의 운항상황과 외부영향, 기체·엔진 이상 유무 등을 파악하기 위해 블랙박스 및 관제교신 기록 등을 시간대별로 동기화하고 분석 중해야 한다”며 “이는 수개월의 세부 분석과 검증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사조위는 사고 직후부터 잔해와 부품을 수집하고 드론 촬영을 통해 잔해 분포도를 작성하는 등 자료 확보에 집중해왔다. 현장조사가 마무리된 17일께 동체와 날개 등 주요 잔해물은 모두 사고 현장에서 무안공항 격납고로 분산 이동됐다.
현장조사는 20일부로 종료됐고 정밀 분석이 필요한 잔해들은 김포공항에 있는 사조위 시험분석센터로 옮겨 조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뿐 아니라 엔진 제조국인 프랑스의 사고조사당국(BEA)도 함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조위는 이번 참사 피해 규모를 키운 주범으로 꼽히는 방위각 시설 지지대와 조류 충돌이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별도의 연구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또 사고 조사 과정에서 긴급한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즉각 항공사에 안전권고를 발행할 방침이다. 다음은 사조위에서 공개한 사고 직전 상황
/세종=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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