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산 저가 제품 범람 및 경기 불황으로 어두운 시기를 보낸 철강업계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추가 관세, 탄소세 등의 새로운 위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K-철강이 아니죠.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직접 미국에 현지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움직임을 서서히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어떤 정책이 문제야?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한 관세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 철강 산업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10∼20%의 보편 관세 도입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이 높은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하는 ‘탄소세’ 도입 역시 논의되고 있는데, 철강업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산업입니다. 탄소세 도입은 중국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시행될 경우 국내 철강 산업 역시 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지난 트럼프 1기 당시 한국 철강 제품에 적용한 미국 수출 쿼터(수입 수량 할당)가 줄어들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SWOT 분석: ①K-철강의 강점은 뭐야?
국내 철강업계는 생산 규모는 다른 주요 국가들보다 적어도 기술력에 있어서는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미래 철강업계의 키가 될 ‘탄소중립’에 있어서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세계 철강기업 경쟁력 1위로 뽑힌 포스코가 대표적입니다. 회사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등 친환경 철강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하여 철을 생산하는 기술로 탄소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포스코는 현재 수소환원제철의 이전 단계에 해당하는 파이넥스(FINEX)설비와 기술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데,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하이렉스(HyREX) 수소환원제철 기술도 곧 상용화될 예정입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최근 “올해 수소환원제철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는 등 정부 지원과 함께 탄소 중립 도전도 멈추지 않았다”며 “우리의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해 수소환원 제철 등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SWOT 분석: ②K-철강의 약점은 뭐야?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이 최근 크게 부진하는 등 불황으로 미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철강업계의 실적이 악화된 배경은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시장 수요 둔화와 중국산 저가 철강 유입 등으로 국산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 떄문입니다.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수출량은 1억 390만 톤으로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으로만 중국산 철강재가 877만 톤이 유입됐는데, 이는 최근 7년 간 최대치였습니다. 열연강판, 후판 등 중국산 철강 제품은 국산 대비 최대 20% 가까이 저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주요 철강사들이 ‘노조 리스크’를 겪고 있는 점도 약점입니다. 포스코는 올해 파업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며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겨우 체결고 현대제철은 노사 간 임단협이 해를 넘기며 장기화되고며 최근 파업까지 이어졌습니다.
SWOT 분석: ③K-철강의 기회는 뭐야?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가 오히려 국내 철강사들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미국에 직접 해외 생산 거점을 만드는 방법 등이 대표적입니다. 선제적으로 전망 높은 해외 시장을 선점해 미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대형 제철소를 짓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를 통해 철강 관세 부과 등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전략입니다. 약 10조 원에 달하는 투자 규모가 예상됩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계열사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포스코도 미국 현지 생산 기반 구축을 검토 중입니다. 포스코는 인도와 북미 지역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회사는 인도 1위 철강사 JSW그룹과 협력해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기도 합니다. 이번 합작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리스크 분산과 재무 건전성을 고려한 미국에서 합작법인 설립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입니다.
세아제강은 이미 2016년 미국 휴스턴 공장을 인수해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철강사 중 유일하게 미국 현지 강관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량은 약 25만 톤에 달합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할 추가 관세 부과의 영향권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SWOT 분석: ④K-철강의 위협은 뭐야?
최근 새롭게 철강업계를 위협하고 있는 건 고환율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원가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입니다. 국내 철강사들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원료탄을 주로 호주와 브라질 등에서 수입하는데 이때 결제대금은 대부분 미국 달러로 거래됩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속에 국제 원자재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환율이 뛰면서 철강사들이 실제 부담해야 하는 원가는 크게 늘어났습니다. 국내 열연코일 제조원가는 11월만 해도 톤당 70만 원 안팎이었으나 올해 초에는 약 73만 원 수준까지 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관세로 수출 시장이 수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큰 고민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는 수입 쿼터가 더 감소돼 당장은 수출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2018년 미 정부는 한국산 철강재 263만 톤에 대해 25%의 관세를 면제하는 대신 넘어가는 물량은 수출할 수 없는 수입쿼터제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 철강에 대해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거나 미국의 탄소세 도입 역시 현실화될 경우 국내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 역시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그래서 K-철강 올해 실적 전망은 어때?
다행히 올해 철강업계는 지난해보단 개선된 실적을 보일 전망입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75조 1219억 원의 매출과 3조 2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2조 6700억 원) 대비 크게 개선된 수치입니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실적이 크게 쪼그라든 3100억 원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6000억 원 정도의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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