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이 2000억 원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충분한 체력을 쌓았습니다. 올해에는 기초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 장비 업체를 인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입니다.”
박병해(사진) 에이앤아이 대표는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23년은 수요 기업의 투자 감소로 매출이 많이 줄었지만 지난해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며 “올해 우리나라 또는 일본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2000년 설립된 에이앤아이는 디스플레이·반도체용 장비를 개발·제조하는 기업이다. 국내 글로벌 디스플레이·반도체 기업에 물류·검사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2023년 매출 1289억 원을 기록했다. 잠정 결산이 완료된 올 초 지난해 매출을 2000억 원 수준으로 집계했다.
에이앤아이가 생산하는 제품은 각종 첨단 공정에 쓰인다. 반도체 계측 장비의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과정에 사용된다. HBM은 반도체끼리 쌓아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만큼 후반 공정에서 적층 이후 성능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검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이앤아이의 주력 제품인 디스플레이 장비는 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 완성도 검증에 쓰인다. 빛을 쪼개는 분광(分光) 기술을 활용해 OLED 픽셀별로 기준에 부합하는 빛 세기·색상 등을 내는지 확인한다. 에이앤아이는 이외에도 반도체 웨이퍼 물류 장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에이앤아이가 디스플레이·반도체 공정용 장비를 개발하며 축적한 기술력은 이종 산업 진출 과정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에이앤아이는 최근 바이오 산업에 진출해 국내 소재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 유기물 자동 배합기를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아이오바이오와 협업해 광(光) 기술을 활용한 치아 진단 장비를 내놓았다. 구강 내에 특수 가시광선을 비추면 충치는 정상치아와는 다른 색을 낸다는 원리를 활용했다.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초기 충치 진단에 쓰이는 이 장비는 미국 시장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에이앤아이는 올해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본래는 수요기업의 요청에 따라 장비를 개발하는 일을 주로 해왔지만 최근 자체 연구개발(R&D) 자금을 들여 독립 브랜드 ‘루카스’를 만들었다. 루카스는 디스플레이 검사·계측에 쓰이는 장비다. 2027년에는 HBM 검사용 장비 브랜드 ‘호크아이’를 출시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루카스는 최첨단 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장비”라며 “약 20년 동안 거래해온 수요 기업에 우선 공급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른 기업에 납품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이앤아이는 여성가족부 가족친화기업과 수원시 청년고용 우수기업에 선정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직원 대학교 학비를 지원하고 우수 직원에게는 대학원 학비를 지급한다. 15년 이상 재직한 직원이 창업하면 지분을 투자하고 사업을 지원한다.
박 대표는 “수요 기업과의 오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이제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사업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며 “그동안 축적한 자산으로 연내 경쟁력 있는 기업을 인수해 빠르게 사업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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