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스마트폰에서 자체적으로 인공지능(AI)을 직접 구동하는 ‘온디바이스(내장형) AI’ 전략을 강화하면서 이동통신사와 미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AI 에이전트(비서)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에서 삼성전자 역시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S25’ 시리즈에 AI 비서 기능을 강화하자 양측의 경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AI 전환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선 통신사로서는 디바이스 제조사와 다른 차별화한 서비스 개발과 함께 이들과 협업도 병행하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일 공식 출시되는 갤럭시 S25 시리즈는 AI비서와 대화를 통해 사용자가 보고 듣는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기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원 버튼을 눌러 구글 ‘제미나이’를 불러내고, 말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시킬 뿐 아니라 지시 없이도 사용자 맞춤 정보를 알려주는 기능들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영국 런던대 골드스미스 경영연구소와 AI활용도를 조사한 결과 ‘나의 일상에 필요한 AI 기능이 없다’는 56%의 응답에 집중했다. 이미 통신사 앱을 통해 통화 녹음·요약, 통역, 글쓰기 보조 등 AI 기능이 활용되고 있지만 기기에 탑재해 사용자가 앱을 찾지 않더라도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업그레이드 된 ‘써클 투 써치’ 기능을 통해 이미지에서 텍스트를 추출해 바로 전화를 걸거나 검색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구글의 대화형 AI ‘제미나이 라이브’와 ‘갤럭시AI’가 연계돼 자연어 명령을 통해 각종 앱을 넘나들며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이처럼 갤럭시S25의 AI 기능이 고도화함에 따라 통화녹음·요약과 통역 등 AI 비서 서비스를 내놨던 통신사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당장 SK텔레콤(017670)은 ‘에이닷’의 통화요약 서비스 횟수를 제한하는 등의 유료화 전략을 수정했다. 최근 각종 이벤트로 횟수와 기한을 늘려 무료 서비스 기간 연장에 들어간 상태다. LG유플러스(032640)의 ‘익시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갤럭시S25에 이미 기본 탑재된 통화요약 등의 AI비서 기능을 유료화할 경우 고객이 이를 이용할 유인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고객은 필요한 앱을 찾아서 작동시키기보다 쉬운 인터페이스로 앱을 열지 않아도 손 쉽게 AI서비스를 누리길 기대하고 있다”며 “강력한 통신사 AI 서비스가 구축되기 위해선 네트워크 상의 압도적인 AI 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제조사와의 협력 수위 역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에이닷의 경우 아이폰 이용자는 통화녹음·요약기능을 사용하려면 에이닷 앱을 따로 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최근 아이폰 운영체제(iOS) 18.2를 업데이트하면서 아이폰에서도 에이닷을 기본 통화앱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일종의 ‘적과의 동침’ 전략이다.
결국 디바이스 제조사와 AI 서비스 경쟁을 펼쳐야 하는 통신사로서는 제조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통신사와의 협업 강화로 돌파구를 낸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이미 AI 서비스를 확산을 위해 전 세계 통신사들과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를 결성하고 서비스 개발을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파트너십을 맺은 KT(030200)는 상반기 중 오픈AI의 최신 모델 ‘GPT-4o’를 활용한 AI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출시된 AI 비서 ‘익시오’를 갤럭시 S25에 선탑재하고 제조사의 온디바이스AI 전략에 동참한 LG유플러스는 앞으로 다종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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