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공급으로 공실이 증가하고 있는 지식산업센터·물류창고·상가 등 각종 상업용부동산 시설을 활용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스타트업은 장기간 공실로 임대료가 낮아진 상업용부동산 공간에 실내 농장과 도심형 창고를 구축하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5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애그테크(농업 기술) 기업 넥스트온은 수도권 지식산업센터·물류센터 4곳에 ‘인도어팜(실내 농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넥스트온은 발광다이오드(LED)·정보통신기술(ICT)·농화학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해 실내 작물 재배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충북 옥천군 폐터널과 강원 태백시 폐광산에 수천㎡ 규모 인도어팜을 구축해 운영한 경험이 있다. 최재빈 넥스트온 대표는 “현재 지식산업센터와 물류창고를 소유한 자산운용사와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상당 부분 논의가 진척돼 빠르면 상반기 내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어팜은 태양광이 없는 실내에서 LED반도체, 온·습도 공조 시설, ICT, 수처리 시설 등 첨단 융복합 기술을 활용해 농작물을 생산하는 플랜트다. 시설만 구축하면 일조량·기온·습도 등 자연환경을 첨단 기술로 조성해 실내에서 농작물을 키울 수 있다. 넥스트온은 상업용부동산 임대료가 낮아진 점에 주목했다. 최 대표는 “낮은 임대료로 상업용부동산 시설을 활용하면 충분히 수지를 맞출 수 있다”며 “지식산업센터나 물류센터는 교통이 좋은 입지에 있는 경우가 많아 농산물 배송 측면에서도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니창고 다락’ 브랜드로 도심형 창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세컨신드롬은 전국 지식산업센터 8곳에 창고 시설을 구축했다. 미니창고 다락은 계절 의류나 취미용품 등 각종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 아웃소싱’ 서비스다. 물품을 보관할 가정 공간이 부족한 소비자가 주로 이용한다. 도심과의 접근성이 중요해 수도권 내 교통이 편리한 위치에 있는 지식산업센터를 주목했다.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는 “다락은 지식산업센터 공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윈윈’ 비즈니스 아이템”이라고 강조했다.
도심형 창고 기업 아이엠박스는 공실 상가에 주목하고 있다. e커머스 시장의 급팽창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줄면서 상가 공실은 늘어나는 추세다. 아이엠박스는 장기간 비어있는 상가에 입점해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엠박스 신월동점의 경우 1년 반 동안 공실이었던 3층짜리 건물 하나를 통째로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서 아이엠박스 지점은 지난해 100곳을 돌파했다. 남성훈 아이엠박스 대표는 “공실 문제로 저평가된 급매물 상가나 지식산업센터를 직접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대학원 교수는 “지식산업센터·물류창고·상가 모두 앞으로도 수요가 공급을 받쳐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연스럽게 공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빈 시설을 활용하려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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