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지난달 46억 달러(약 6조 6500억 원)가량 감소했다. 외환 당국이 지난달 147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방어에 나선 결과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10억 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보다 45억 9000만 달러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4월 59억 9000만 달러가 감소한 후 9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전체 외환보유액 규모도 2020년 6월 4107억 달러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한은은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원인으로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를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자 한은이 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는 시장 개입에 나섰다는 얘기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평균값은 1455.8원으로 지난해 12월(1434.32원)보다도 21.48원이 높다.
한은이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증액에 나선 것도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졌다. 앞서 양 기관은 지난해 말 외환스와프 거래 한도를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증액했다. 외환스와프는 한은이 보유한 달러를 국민연금에 제공하고 6개월 혹은 12개월 이후 돌려받는 계약이다.
이 밖에도 외국환은행들이 분기 말을 맞아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한은에 달러를 집중적으로 예치하는 계절적 효과가 1월 들어 사라진 것도 외환보유액 감소에 영향을 줬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외환보유액 감소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 우려에 환율이 출렁일 경우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2월 원·달러 환율 상단을 15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