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며 경제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성장의 주체인 기업들의 요구에는 차갑게 반응하고 있다.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그대로 추진하는 한편 반도체 특별법의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화이트칼라 이그젬션)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입장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6일 정책 현안 간담회에서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 “정부·여당이 내놓았던 초부자 감세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20% 최대주주 할증 평가 폐지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할증평가를 없애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대로 상증세법 개편은 지난해 국회에서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상속세 최고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5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최대주주 할증 평가까지 적용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속세가 있는 OECD 24개 회원국 평균 최고세율(26%)보다도 훨씬 높다.
기업 가치에 비례해 상속세 부담이 급증하는 구조인 만큼 밸류업 측면에서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상속세율을 30%가량으로 낮춰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확대하고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소액주주 소송이 급증해 경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상위 600대 상장회사를 설문한 결과를 토대로 상법 개정으로 상장 유지 비용이 평균 12.8%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에 대해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진 의장은 이날 “주 52시간제 제외를 빼고 일단 반도체 특별법을 처리하자”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일 반도체 특별법 정책 토론회에서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밝혔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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