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가 지난해 사상 처음 매출 100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전 세계 판매량 6000만 대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찌감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판매의 중심에 두는 전략이 적중해 지난해 사상 최대 판매를 달성했으며 10년 연속 매출이 성장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10일 기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6078만 5681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약 5170만 대) 전 세계 판매량이 5000만 대를 돌파한 지 3년 만에 1000만 대가량을 더 팔아치운 것이다. 기아는 이로써 1944년 창립 후 80년, 1962년 3륜차 K-360을 시작으로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지 62년 만에 세계 시장 판매 6000만 대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기아의 글로벌 판매 6000만 대 돌파는 내수와 유럽 등 주요 시장의 판매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세운 기록이어서 의미가 더욱 크다는 평가다. 지난해 형님 격인 현대차(005380)는 국내 판매(-7.5%)가 크게 줄면서 글로벌 판매량(414만 1959대)도 전년보다 1.8% 후진했다. 하지만 기아는 국내 판매(-4.2%)와 유럽 판매(-7.5%)가 줄었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1.8%)과 해외 다른 지역 판매가 늘어 2년 사상 최대 판매량(308만 9300대)을 경신했다.
기아의 6000만 대 판매 대기록은 SUV와 하이브리드차(HEV)가 이끌었다. 기아는 세계 시장에서 소형 SUV 셀토스, 준중형 스포티지, 중형 쏘렌토, 대형 모하비, 텔루라이드 등 ‘풀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기아의 SUV는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며 실적을 견인해왔다.
실제로 누적 판매를 보면 국내 시장은 1위가 레저용차량(RV) 카니발(129만 5059대), 2위는 모닝(125만 6274대), 3위가 SUV 쏘렌토(122만 1821대)다. 반면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판매량은 스포티지가 지난해 기준 누적 판매량이 813만 2083대로 단연 1위다. 2위는 소형 프라이드(640만 9328대), 3위는 SUV 쏘렌토(456만 8026대)로 상위 세 개 차량 중 두 개가 SUV다. 특히 기아의 SUV들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돼 글로벌 판매량이 덩달아 늘고 있다.
해외에서 SUV가 흥행몰이를 하자 수출량도 덩달아 늘었다. 2019년 기아가 수출한 차량 중 SUV 비중은 62%였는데 지난해는 79%로 17%포인트나 증가했다. 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이 늘면서 국내 공장도 엄청난 수혜를 봤다. 기아의 해외 판매 4489만 대 중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 물량은 2405만 대(약 53%)에 달한다. 전체 판매 중 국내는 약 1619만 대로 26% 수준인데 국내 공장의 생산량이 전체 판매량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셈이다. 기아는 지난해에도 234억 달러(약 34조 원)를 수출해 전체 자동차 업계 수출액(641억 달러, 93조 원)의 37%를 차지했다.
기아는 올해 신차를 쏟아내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이어간다는 목표다. 판매 목표량도 4% 늘린 321만 6200대로 잡았다. 기아에 따르면 올해는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해 8개 차종의 신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우선 기아의 첫 픽업트럭인 타스만이 글로벌 무대에 데뷔해 국내뿐 아니라 호주와 중동·아프리카 등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새로운 라인업이 추가되면서 기아의 글로벌 판매량 확대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인도 시장 전략 모델인 콤팩트 SUV 시로스가 판매된다. 지난해 인도에서 기아 판매량은 24만 5000대로 3.9% 줄었는데 시로스를 앞세워 실지 회복에 나설 예정이다. 기아는 시로스 등 신차를 앞세워 인도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23% 늘려나갈 방침이다.
전기차 라인업도 확대된다. 기아는 올해 브랜드 최초 세단형 전기차인 EV4가 전 세계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되고 중국에서 먼저 선보인 준중형 SUV 전기차 EV5도 국내 판매를 개시한다. 여기에 차량을 용도에 따라 승용·상용으로 바꿀 수 있는 목적기반차량(PBV) 전기차 ‘PV5’도 내놓는다. 기아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제조사로 거듭나기 위해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반의 PBV까지 다양한 제품을 통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