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시장 변동성 확대로 투자 대기성 자금이 늘어나면서 시중에 풀린 통화량이 19개월째 늘었다. 증가폭도 2년 3개월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이 13일 발표한 ‘지난해 12월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광의통화량(M2·평균 잔액)은 전월보다 1%(40조 5000억 원) 늘어난 4183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 6월 이후 19개월 연속 증가세다.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6.9% 늘었다. 2022년 9월(7%) 이후 최대 오름폭이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 M2에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2년 미만 금융채, 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금융상품별로 보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전월보다 18조 6000억 원 늘었고 2년 미만 금전신탁과 수익증권, 기타 통화성 상품이 각각 8조 7000억 원, 5조 8000억 원, 5조 7000억 원 불었다. 반면 정기 예적금, 2년 미만 금융채에서는 각각 4조 6000억 원, 1조 8000억 원이 빠져나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기업자금 유입과 자산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한 투자대기성 자금이 늘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증가했고 기타통화성 상품은 수출거래 대금으로 외화예수금이 늘면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기예적금은 지방정부의 재정집행을 위한 자금 인출, 4분기 정기예금 대규모 만기도래에 대비한 은행들의 선조달로 감소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경제주체별로는 가계·비영리단체(+10조 2000억 원)와 기업(+31조 5000억 원), 기타금융기관(+3조 9000억 원), 기타부문(5조 4000억 원) 모두 증가했다.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예금만 포함하는 좁은 의미의 통화량 M1(1274조 3000억 원)은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2%(25조 4000억 원) 늘었다.
전문가들은 통화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경기 위축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승헌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상수지 흑자세가 지속되면서 소득이 증가하다보니 통화량은 늘었지만 정작 민간신용 증가세는 크지 않다"면서 "트럼프 리스크를 포함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보니 투자나 소비가 위축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수출의 온기가 내수로 확산하지 못하면서 경제 전반의 경기 하강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현재 통화량이 부족해서 경기가 어렵다고 볼 수 없기에 추가 금리인하로는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다"면서 "이럴 경우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빠른 재정정책이 유리한데 그중에서도 선별 지급이 더 유의미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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