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5일 올해 두 번째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3%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낮췄다. 여전히 원달러 환율이 1430원 대로 부담이 되지만 한국 경제가 대내외 변수로 차갑게 식고 있어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은의 금리 인하 배경에는 추락하는 경제 성장률이 자리잡고 있다. 한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비상계엄 이후 내수 부진, 국내 정치 불안 등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한꺼번에 0.4%포인트나 내렸다. 정부 기관의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금리를 동결했던 지난달 금통위 회의 이후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더 나쁜 것으로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이후 정국 혼란까지 겹쳐 한은 전망치(2.2%)보다 0.2%포인트 더 낮은 2.0%에 그쳤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반도체 등에까지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재정정책 측면에서 추가경정(추경)예산 편성이 불투명한 만큼 일단 금리 인하로 시중에 돈을 풀어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라도 살려야 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관세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 등에 금리 인하를 주저하고 있는데 한은만 계속 내리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와 함께 환율과 물가가 뛰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날 인하로 미국(4.25∼4.50%)과 금리 차이는 1.50%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이승헌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은이 경기 하강 리스크를 이전보다 더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추가 금리 인하는 환율 변수 등을 고려해 신중한 스탠스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