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입학정원 등을 결정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를 설치하기 위한 법안이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통과되자 의사단체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섭치법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법안소위를 통과한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말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인력수급 추계위원회 추진 방안을 그대로 법제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다.
의협은 "추계위의 독립성·자율성·전문성 등을 보장하지 않은 정부의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강하게 반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정부의 추진방안을 그대로 가결했다"며 "정부가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개정안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함으로써 추계위의 독립성·자율성·전문성 확보 방안이 미흡할 뿐더러 위원 구성에 있어서도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보건의료인력 직종별 단체와 의료기관단체가 함께 과반을 구성해야 하는 점, 위원 자격을 과도하게 제한해 임상의사 등 의료전문가가 배제될 수 있는 점 등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단체가 위원 추천을 하지 않을 경우 추천받은 위원으로만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특히 2026학년도 정원을 조정하기 어려울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총장이 결정하도록 명시한 부칙을 신설하는 등 오히려 독소조항을 추가했다고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이번 개정안이 의료 공백을 조속히 끝내고 의료를 정상화하려는 의료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수급추계센터를 정부 출연기관 또는 공공기관으로만 지정할 수 있게 되면 정부가 개입할 개연성이 높고, 결과에 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는 문제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치법은 합리적 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초석을 다지게 될 것”이라며 “단순한 위원회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만큼 신중히 재고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의대 정원을 논하는 추계위 설치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을 해결할 물꼬를 틀 것이란 기대와 달리 의료계 반응은 냉랭하다. 의협 부회장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청회는 왜 했고 간담회는 왜 한 것이냐”며 “목소리를 듣는 척만 할 거라면 추계위 만들어봤자 전공의, 의대생 아무도 안 돌아간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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