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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兆 굴리는데 15개월째 공석…한국벤처투자 수장 다시 뽑는다 [시그널]

■ 중기부 선임 절차 착수

전문성 갖춘 인사 필수인데

정치권 개입 가능성에 불안

최근 창진원장 등 새로 임명

일각선 '알박기' 인사 우려도





15개월째 기관장이 공석 상태인 한국벤처투자가 신임 대표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산하기관장 임명을 빠르게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어서 1년을 넘긴 기관장 공석 사태도 종점을 찍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새 정부 출범 이전 ‘알박기’ 인사 우려도 없지는 않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이날 홈페이지에 공고를 게시하고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정부 각 부처에서 출자한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는 2023년 11월 유웅환 전 대표가 사임한 후 15개월 넘게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다. 지난해 8월 한 차례 대표이사 공개 모집에 나섰지만 인선이 최종 불발됐다. 벤처 투자 업계 관계자는 “유력 후보였던 중기부 출신 고위 인사가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인선이 최종 불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기에 계엄·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선임 절차가 미뤄져왔다”고 말했다.

신임 대표는 한국벤처투자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에 회부된다. 이를 통과하면 중기부 장관 결재를 거쳐 대통령실의 최종 재가가 이뤄진다.



한국벤처투자는 매년 1조 원을 웃도는 정부 출자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기관으로 벤처 투자 생태계에서 영향력이 크다. 모태펀드는 민간 벤처캐피털(VC)이 결성하는 투자조합에 출자를 하는 모펀드 역할을 하는데 투자조합 참여 시 평판 효과로 다른 유동성공급자(LP)를 끌어모아 전체 벤처 투자를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한국벤처투자가 지난해 말까지 조성한 모태펀드는 9조 8617억 원 규모에 달한다. 이외에도 △해외 VC 글로벌펀드 △지역 혁신 벤처펀드 △엔젤 모펀드 등을 운용하며 중추적인 LP 역할을 하고 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이달 26일 “산하기관장은 가능한 적임자를 찾아 절차에 따라서 늦추지 않고 임명할 생각”이라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로 인해 신임 기관장 선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치권 개입에 따른 불안감이 나온다.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인데 만약 업무와 무관한 경력을 가진 인사를 낙점하면 중장기적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7일 신임 창업진흥원장으로 임명된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은 윤석열 대통령 캠프 특별고문 출신이다. 창업진흥원은 지난해 2월 김용문 전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후 1년 동안 기관장 자리가 공석이었다.

VC 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공개 모집 절차를 진행하지만 실상은 용산에서 미리 기관장을 점찍어둔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전문성 없는 인사가 신임 기관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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