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액이 526억 달러로 전년 대비 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수출이 뒷걸음질 친 셈이다. 지난해 한국 수출 실적을 주도했던 반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주력 수출 품목의 활력도 꺼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월 수출 동향’을 발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26억 달러였다. 지난해 2월(520억 8000만 달러)에 비해 1%가량 늘어난 실적이다. 역대 2월 기준으로는 2022년(541억 60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2월 무역수지는 43억 달러로 전년 대비 4억 달러 확대됐다. 지난달 수입(483억 달러) 증가 폭이 0.2%로 수출 증가율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조업일수 증가율 못 따라간 수출
2월 수출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2월 조업 일수가 22일로 지난해 2월(20.5일) 대비 1.5일(7.3%)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율은 1%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3억 9000만 달러로 전년동월(25억 4000만 달러) 대비 5.9%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달 수출액은 설 명절 연휴 효과로 10.3% 감소한 바 있다. 월간 수출액이 감소한 것은 2023년 9월(-4.4%) 이후 16개월 만이었다. 1월 28~30일이 설 연휴였던데다 1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전년 동월 대비 조업일수가 4일 줄어들어 발생한 일이다. 조업일수는 16.7% 감소한 데 비해 수출액은 10.3% 줄어드는 데 그쳤으니 실질적으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지난달은 조업일수가 7.3% 증가했음에도 수출은 1% 확대되는 데 그친 것이다.
◇불안한 반도체…가격 하락에 수출도 부진
수출 동력이 약화된 것은 수출 일등공신인 반도체 산업의 수출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96억 5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 감소했다. 월별 반도체 수출 실적이 뒷걸음질 친 것은 2023년 10월(-3.1%) 이후 16개월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 수출 실적 부진은 제품 가격 하락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력 수출 품목인 DDR5, HBM 등 고부가 메모리 제품은 호실적을 유지했다”며 “범용 반도체인 DDR4와 낸드플래시 메모리 고정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액이 주춤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2월 8GB DDR4 메모리 반도체와 128GB 낸드플래시 메모리 고정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5%·53.1% 감소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 실적이 워낙 좋았던 탓에 기저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역대 2월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3위”라며 “다만 2위가 지난해 2월(99억 달러) 이어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대 2월 기준 반도체 수출 1위는 2022년 104억 달러다.
◇미국발 불확실성에 주력품목 줄줄이 마이너스
반도체 외에도 15대 수출 주력 품목 중 11개 품목에서 수출액이 쪼그라들었다. 특히 일반기계(-12.3%), 석유제품(-12.2%), 선박(-10.8%), 이차전지(-9.6%)에서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일반기계의 경우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 흐름에 발맞춰 크게 증가해왔지만 최근 들어 미국발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주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박의 경우 인도 물량은 전년 대비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비교적 저부가가치 선박 비중이 증가한 탓에 수출 실적이 부진했다. 석유제품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주요 업체의 정기보수 규모 확대로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무선통신기기(42.3%)와 컴퓨터(28.5%), 자동차(17.8%), 바이오헬스(16.1%) 수출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선통신기기는 완제품 수출은 13.8% 감소했지만 고성능 카메라 모듈을 중심으로 휴대폰 부품 수출이 급증(49.1%)하면서 전체 실적이 개선됐다. 컴퓨터 산업은 AI 혁명에 따라 기업용 SSD 수요가 크게 늘면서 1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던 자동차 수출은 지난달 전년대비 17.8% 증가(61억 달러)했다. 내연기관 자동차 수출도 17.7% 확대되고 하이브리드 차종 수출도 74.3% 늘어난 덕이다. 순수전기차 수출액은 7억 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24.8% 줄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출 1~2위 시장인 미국(1%)과 중국(-1.4%)에서는 ±1%포인트 수준의 보합세를 보였다. EU 수출 실적은 52억 1000만 달러로 8.1% 감소했다. 일본으로 수출한 금액 역시 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세안(12.6%)과 중동(19.6%), 인도(18.6%) 등 신흥 시장 수출 실적은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했다.
2월 수입은 실적은 483억 달러였다. 원유(-16.9%), 가스(-26.7%), 석탄(-32.8%) 모두 수입이 크게 준 덕에 에너지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21.5% 감소(94억 달러)했다. 반면 반도체 장비(24.7%) 수입 등이 크게 늘면서 에너지 외 수입은 7.4% 증가한 389억 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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