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관련해 금융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법사위가 급하게 통과시키면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5일 이 원장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마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홈플러스와 관련한 금융회사 익스포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유통업 특성상 부동산 자산에서 비롯되는 담보가치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손실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권 충당금 문제가 있으나 개별회사별로 분석한 결과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 원장은 최근 법사위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며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현재 나온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규정은 저대로 시행할 순 없고 ‘총주주’나 ‘주주 전체’와 같은 표현을 다듬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라며 “디테일을 따져서 제도를 설계해야 하는데 법사위에서 후다닥 법안이 통과될 때 충분히 논의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이 가진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과도한 형사화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폐지하거나 특정 단계를 거칠 경우 배임이 적용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칙이 바뀌더라도 절차법에서 구현되지 않으면 주주 보호가 어려운 만큼 자본시장법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현행 상법 개정안이 밸류업에도 방해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밸류업 핵심은 배당을 많이 하라는 것이 아니라 기업 사업구조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자본비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사회가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게 된다”며 “이사들이 소송을 당했을 때 회사에서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면 이해충돌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변호사 비용이나 손해배상 공제 등 자기 방어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지지했지만 지금 같은 방식과 규정으로는 쉽게 찬성하기 어렵다”며 “증권사 대표들도 이대로면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이사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ETF 점유율 확대 과정에서 실태 점검 결과 대형사들이 대표지수 수수료를 내리면서 다른 ETF 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손실을 다른 곳으로 전가하는 움직임이 확인됐다”며 “여기서 깎고 저기서 올린다면 상당한 이해 충돌이 있기 때문에 실태 점검한 후 검사나 제도 개선안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100억 원대 이익 실현이 있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지만 특정 사실 하나만으로 불공정거래가 성립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광범위한 자금 흐름이나 연계성을 조사 중이라는 정도만 언급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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