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트럼프발 통상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배터리 등 첨단전략산업에 100조 원을 지원한다. 한국산업은행에 50조 원 규모의 기금을 만들고 시중은행이 50조 원을 매칭 형태로 자금을 대 총 100조 원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첨단산업 이외에도 자동차와 철강 등 경제안보에 필요한 산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본지 2월 13일자 1·3면 참조
정부는 5일 열린 국정현안·경제·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미래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 방안’을 발표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반도체와 AI·전기차 등 첨단기술 중심으로 주요국의 기술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적극 활용해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대비한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써달라”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5년간 최대 50조 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산은에 만든다. 새롭게 투입하는 37조 원의 재원에 올해부터 3년간 운영하기로 한 반도체 저리 대출 프로그램의 재원 중 2026~2027년분(12조 7500억 원)을 더한 규모다.
여기에 시중은행 같은 민간 금융사가 참여한다. 50조 원 규모의 기금에 시중은행들이 50조 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식이다. 산은은 후순위로 참여해 은행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은행의 투자 시 위험가중치(RWA)를 250~400%까지 적용받는데 이번에는 100%만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 자본 건전성 부담을 낮춰준다.
이를 통해 조성된 100조 원의 자금은 반도체와 2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방산·로봇 등 첨단전략산업에 집중 지원된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 업종인 백신과 수소, 미래형 이동 및 운송 수단, AI도 지원 대상에 추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경제안보에 필요한 산업이라고 판단되면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미국발 관세 폭탄과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추가 업종의 경우 금융위원회가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 지정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2일(현지 시간)부터 한미 무관세 쿼터를 폐기하고 한국산 철강에 대해서도 25%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는 “글로벌 공급망 및 통상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와 철강·조선 등 기간산업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이들에 대한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 방식도 다양화했다. 정부는 시장성 차입과 저리 대출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기로 했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및 지원 기업과의 합작법인 설립도 검토 중이다. 초장기 인프라 사업의 경우 기금이 후순위로 참여해 선순위 민간투자를 유도한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이외 첨단산업에도 설비투자·연구개발(R&D) 등에 필요한 자금을 국고채 수준의 낮은 금리로 지원할 예정이다. 글로벌 수주 경쟁 시에도 기금을 통해 패키지 형태로 지원할 계획이다.
기금 재원은 정부가 보증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을 찍어 마련한다. 각종 경비나 이자 비용 등 운영 자금은 산은 자체 재원으로 충당한다. 정부보증채는 자금 소요나 채권시장 여건을 감안해 매년 국회의 정부 보증 동의 한도 내에서 순차 발행하는데 연 10조 원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과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에 대한 국가 보증 동의안을 마련해 이달 중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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